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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소나기식 대화 제의, 문제는 북의 태도다

국방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어제 북한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했다. 정부의 이번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베를린 구상’으로 알려진 ‘신한반도 평화비전’의 후속 조치다. 정부 대북 제안의 핵심 내용은 오는 21일 판문점에서 군사회담을 열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논의하는 한편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대북 제안이 이처럼 봇물을 이루는 것은 우선 대화의 실마리부터 찾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함으로써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란 휴전선에서 남북 간 확성기 방송과 풍선 날리기 등이다.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심리전이다. 이 심리전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됐다. 북한의 적대행위는 최근 더 늘어났는데 비무장지대에 2000여 발의 지뢰를 매설하고 정찰용 무인기도 내려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남북이 중단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중요하다. 이미 고령화된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안에 응하면 2015년 남북 차관급회담 이후 1년7개월 만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은 올해 안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1단계 핵무장에 이어 3년 내에 고농축우라늄으로 수십 발의 핵무기를 가질 전망이다. 일단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한국은 물론 미국 및 일본까지도 위협을 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에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과학자들을 포상하고 축하행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ICBM을 수년 내 성공하면 남북 간 전략적 균형이 무너진다. 우리의 안보, 한반도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위기 국면에 도달한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단둥은행을 비롯한 기업 10여 곳에 대한 추가 제재에 들어갔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이어 군사적 옵션까지 준비 중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이번 대북 제안으로 작은 성과라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집착해선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대북 제안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를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작은 불은 잡지만 핵과 미사일이라는 큰불 진화에는 실패할 수 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점에서 정부는 북한의 핵을 차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에 유의하고 신중하길 바란다. 북한도 이번 제안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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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