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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술 빚기 김장보다 쉬워, 나만의 술 빚을 수 있죠

“우리 술이라고 말하려면 3가지 기본이 필요해요. 우리 누룩을 사용해 전통 방법으로 빚고, 우리 농산물을 써야 하며, 인공 첨가물이 없어야 해요.”
 
사단법인 ‘우리술문화원 향음(이하 향음)’ 정대영(62·사진) 이사장은 “이 당연한 조건을 지켜 만드는 술이 국내 0.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주류정책과 연구가 일제시대 때 주세법(1909년)·주세령(1916년)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가 ‘청주’와 ‘약주’의 구분이다.
 
“이 얘기만 하면 화가 치밀어요. 한국에서 청주는 주세법시행령 제3조에 의거, 우리 전통 발효제인 누룩을 쌀 총무게의 1% 미만만 넣도록 돼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청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어요. 국내서 팔리는 청주는 일본 청주를 만드는 입국(koji) 방식으로 만든 것들이에요. 그럼 우리 전통 청주는 뭐라고 부르냐. 일본 통감부와 총독부는 일본 청주와 구분하기 위해 우리 청주를 ‘약주’라고 규정했죠. 조선왕조실록에도 빈번히 나오는 ‘청주’라는 말을 우린 쓸 수 없다니 어이없죠.”
 
정 이사장은 30여 년간 한국은행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 등을 지낸 금융맨이다. 현재는 송현경제연구소장으로 있는 그가 우리 술에 애정을 갖게 된 것도 우리 경제 문제와 닿아 있다.
 
“세계의 좋다는 술을 다 먹어봐도 우리 술이 제일 맛있어요. 그런데 왜 우리 술은 세계화가 안 될까. 쌀이 남아돌아 농민 경제는 어려운데 왜 우리 술 산업은 영세할까. 이런 고민들을 함께하기 위해 지인들과 2015년 향음을 설립했죠.”
 
현재 회원수는 300여 명. 지난해에는 10월·12월 ‘우리술문화원 학술대회’도 열었다. 우리의 전통 가양주 문화를 말살시킨 주세령과 주세법을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와 반성, 미래의 실천 방안들이 주 내용이었다. 지난 8일에는 학술대회 내용을 정리한 『우리술문화원총서 1권』도 발간했다.
 
“그렇다고 연구만 하진 않아요. 향음의 진짜 목적은 맛있는 술 빚어서 즐겁게 마시기죠.(웃음) 술 빚기는 김장보다 쉬워서 일단 배우고 나면 각자 입맛에 맞는 ‘자기 술’을 빚을 수 있죠. 병에 붙일 레이블(상표)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회원도 있고, 몇 분은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차렸죠.”
 
향음 회원들은 총서를 발간하는 날 한국형 비스트로 ‘향음’도 오픈했다.
 
“영국의 펍, 독일의 브로이하우스, 일본의 이자카야처럼 한국 스타일의 술집을 통해 품격 있는 사랑방 문화를 형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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