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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같은 집단적인 마음의 상처 … 소설로 쓰기 어렵더라도 도전해야

신작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를 최근 국내 출간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8·사진)가 입을 열었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그다. 『기사단장…』은 예약 주문에 힘입어 최근 4쇄, 1·2권 합쳐 40만 부를 찍었다. 그의 이전 어떤 작품보다 한국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흑백을 가리는 판단이 이뤄지기 일쑤”이고, 한국의 세월호 같은 비극을 소설로 쓰는 건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단 데뷔 40년이 돼 간다.
“첫 소설을 썼을 때가 29세였는데 지금은 68세다. 스물아홉 때는 ‘소설 같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은 인생에서 몇 편이나 더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게 된다. 글쓰기를 즐긴다는 점은 여전히 비슷하다.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처럼 즐긴다.”
 
『기사단장 … 』을 쓰는데 얼마나 걸렸나. 집필 계기는.
“대략 1년 반이 걸렸다. 특별히 구상을 하지는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뿐이다. 글이 ‘써진다’ 싶으면 집필을 시작하고, 매일 계속해서 써나가고, 다 쓸 때까지 쉬지 않는다. 자유로울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상은 대체로 방해가 될 뿐이다.”
 
소설 속 인물은 신념에 가득 차 있다. 작가인 당신은 어떤가.
“일상생활에서는 의견이나 신념을 꽤 확실히 지니는 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내가 믿는 건, 오히려 그런 의견이나 신념을 한순간에 무화시켜버리는, 나 자신을 초월한 곳에 존재하는 흐름 같은 것이다. 그런 힘을 정면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그런 힘에 순순히 몸을 맡기지 못한다면 소설을 쓸 수 없다.”
 
이번 소설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뤄 극우파의 공격을 받았다.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터넷 사회에서는 ‘순수한 흑이냐 백이냐’ 하는 원리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일쑤다. 그렇게 되면 말이 딱딱하게 굳어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말을 돌멩이처럼 다루며 상대에게 던져댄다. 매우 슬프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려면 소설이 일종의 전투력을 갖춰야 한다. 말을 소생시켜야 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양식(decency)’과 ‘상식(common sense)’이 요구된다.”
 
한국의 세월호, 일본의 지진 등 재난에 대해 문학이 뭘 할 수 있나.
“크고 깊은 집단적 마음의 상처를 유효하게 표현하고, 치유하는 건 작가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지금까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억할 것은 ‘명백한 목적 아래 쓰인 소설은 대부분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사건을 다루는 건 작가의 중대 과제다. 목적을 품되 목적을 능가하는(혹은 지워버리는) 것.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작가라면 꼭 도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
 
평소 이야기의 힘을 강조해 왔다.
“이야기는 머리로 생각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몸속에서 자연히 흘러나오는, 넘쳐나는 것이다. 의미나 정의, 무슨무슨 주의(主義), 어떤 경우에는 이성이나 선악의 개념마저 초월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 언어나 문화 차이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량한 힘’을 지닌 것이다. 그런 이야기의 힘을 생생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옮기려면 뛰어난 능력과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나는 오랜 세월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기사단장 … 』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한국 독자 여러분께 늘 각별한 고마움을 느낀다.” 
 
글 신준봉 기자, 사진 문학동네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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