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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보다 질러간다 ‘남달라’ 크게 빛난 박성현

박성현은 우승 상금 10억2000만원을 받았다. [베드민스터 AP=연합뉴스]

박성현은 우승 상금 10억2000만원을 받았다. [베드민스터 AP=연합뉴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28·KEB하나은행)의 별명은 ‘남달라’다.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자 모토다. 박성현은 골프공에 은색으로 선을 그린다. 예쁘기도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은색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는 설명이다. 왼손목에는 ‘Lucete’라는 문신을 새겼다. 라틴어로 ‘밝게 빛나라’는 뜻이다.
 
박성현은 단정한 외모와는 달리 개성이 강한 편이다. 골프 스타일 역시 그렇다. 국내 골프장에는 유독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이 많다. OB구역이 많기에 장타를 노리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코치들은 주니어 장타자들에게 거리보다는 정확성을 요구한다. 한국 골퍼 중 대형 장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박성현 역시 어릴 때부터 ‘거리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박성현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큰 꿈을 꿨다. 손해를 좀 보더라도 장타를 날리고 싶어 했다. 남자 아이들과 거리 내기를 했다. 장타를 날리기 위해 하루에 팔굽혀 펴기 500회를 한 적도 있다. 지금도 한 번에 150개 정도는 가볍게 한다.
 
박성현의 골프 인생도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2010년 현일고 2학년때 국가대표로 발탁되자마자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왔다. 꿈을 꽃피우기도 전에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한 홀에서 13타를 친 적도 있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암울한 터널은 3년 동안 계속됐다. 프로 첫 해인 2012년엔 국내 여자프로골프 2부와 3부 투어를 전전하면서 고작 320만원의 상금을 받은 게 전부였다. 물론 거리를 줄이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러나 박성현은 “내 장점을 없애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연습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2년 말엔 이듬해 투어 출전권이 걸린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하기 위해 전남 무안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3개월 간 병상에 누워 지냈다.
 
2014년에야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 1부 투어에 올라왔다. 그 때도 박성현은 남달랐다. 그를 후원했던 넵스의 이승언 부장은 “성현이는 워터해저드가 있는 위험한 곳으로 티샷을 날린 끝에 보기를 했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도 또 그 쪽으로 치더라.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박성현은 ‘지금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가 더 크게 되려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성현과 캐디 데이비드 존스. 전인지의 캐디였던 존스는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과 호흡을 맞추며 우승을 도왔다. [베드민스터 AP=연합뉴스]

박성현과 캐디 데이비드 존스. 전인지의 캐디였던 존스는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과 호흡을 맞추며 우승을 도왔다. [베드민스터 AP=연합뉴스]

 
고생도 했지만 열매는 크고, 달콤했다. 화끈한 샷을 휘두르는 박성현은 큰 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15년 국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그는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는 한 홀에 OB를 두 번이나 기록하고도 우승했다. 박성현은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가느니 후회하더라도 일단 지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성현은 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뒀다. 장타자에다 미소년 같은 이미지를 가진 박성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는 안락한 국내 무대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다시 모험을 택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는 처음 출전하자마자 우승 경쟁을 했다. 마지막날 파5 18번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가 공을 물에 빠뜨려 우승을 놓쳤다. 박성현은 “다음에 그런 상황이 와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올해는 멋지게 해냈다. 이번 대회에서 박성현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56야드로 2위였다. 장타자인 미국의 렉시 톰슨(22)보다 6야드 이상 멀리 나갔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는 7위, 평균퍼트 수는 3위였다. 3박자를 모두 갖췄던 전성기 시절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보는 듯했다.
 
박성현은 우승을 결정지은 뒤 어머니 이금자씨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다. “성현아, 잘했다.” “엄마, 고생 많았어요.”
 
박성현은 …
● 생년월일: 1993년 9월 21일
● 키: 1m71㎝
● 골프 입문: 초등학교 2학년
● 소속: 하나금융그룹
● 세계랭킹: 11위
● 프로데뷔: 2012년
● 우승 경력: KLPGA투어 통산 10승, LPGA투어 1승(US여자오픈)
● 별명: 남달라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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