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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이탈리아 남부

이탈리아 캄파니아는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품은 최고의 휴양지다. 캄파니아 소도시 포지타노의 아찔한 해안절벽에 성냥갑 같은 집이 들어서 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는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품은 최고의 휴양지다. 캄파니아 소도시 포지타노의 아찔한 해안절벽에 성냥갑 같은 집이 들어서 있다.

궁극의 휴양지라는 게 있을까.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주저않고 "그렇다"고 하겠다. 나폴리·카프리·아말피·포지타노 등 세계적인 휴양지를 품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Campania)주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까지 선뜻 답하겠다. 화창한 날씨와 짙푸른 바다는 물론이요, 아기자기한 상점이 이어진 골목길, 양질의 식재료로 만든 맛좋은 음식까지. 지난 6월 캄파니아를 여행하면서 휴양 도시에 바라는 모든 것을 만끽했노라고 설명하겠다. 그리고 설득하겠다. 인생에 꼭 한번 방문할 만한 여행지이며, 만약 그곳에 가게 된다면 이 다섯 가지는 꼭 체험하라고 말이다. 강권하는 캄파니아 ‘버킷 리스트 5’를 여기 풀어본다. 
 
1 아말피 코스트 드라이브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163번 국도. 이탈리아 현지인도 생애 한 번쯤은 달려보고 싶은 꿈의 드라이브 코스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163번 국도. 이탈리아 현지인도 생애 한 번쯤은 달려보고 싶은 꿈의 드라이브 코스다.

캄파니아는 왼편으로는 이탈리아의 ‘서해’ 테레니아해를, 오른편으로는 이탈리아의 '백두대간' 아페니노 산맥을 접하고 있다. 평야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릉과 산지로 채워졌다. 험준한 산이 많아 캄파니아 사람들은 예부터 마을과 마을 사이를 배로 이동했다. 
캄파니아 해안선을 잇는 해안도로는 1807년에 이르러서야 착공됐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2차선 도로가 163번 국도다. 해안선 이름을 따 ‘아말피 코스트’로 부른다. 40㎞에 불과한 해안도로는 완공하기까지 47년이 걸렸다. 길 1㎞ 뚫는 데 1년씩 걸린 셈이다. 
아말피 코스트에서 내려다 본 테레니아해.

아말피 코스트에서 내려다 본 테레니아해.

일단 완공하고 나니 아말피 코스트는 정말 극적인 도로가 됐다. 지중해로 흘러드는 테레니아해와 깎아질 듯한 해안절벽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드문 길이 된 것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99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명소로 떴다. 
여행자는 소렌토에서 렌터카를 빌리거나, 시외버스를 타고 아말피 코스트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남부로 향하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대개 아말피 코스트는 빠짐없이 들른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데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중간 중간 전망을 감상할 만한 포인트가 많으니 여정을 여유롭게 짜는 게 좋다. 
 
2 포지타노에선 타일 돌멩이 줍기
페리에서 바라본 포지타노 전경. 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인상적이다.

페리에서 바라본 포지타노 전경. 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인상적이다.

포지타노는 아말피 코스트에 속한 11곳의 해안마을 중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해안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알록달록한 집이 절경을 연출해주는 덕분이다. 절벽을 따라 시원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여럿이다.
보통 한국 여행자의 포지타노 여정은 마을 꼭대기에서 바닷가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어 내려오는 게 전부다. 하지만 포지타노의 매력은 이 골목보다는 바다에 있다. 바다에서 포지타노를 올려다보면 절벽이 바다로 쏟아지는 듯한 새로운 전망이 펼쳐진다. 
포지타노 해변의 돌멩이 중 일부는 타일이 깎여 만들어진 것이다. 

포지타노 해변의 돌멩이 중 일부는 타일이 깎여 만들어진 것이다. 

포지타노 해변을 걷다보면 거무스름하고 흰 돌멩이 사이에 색색의 돌멩이가 눈에 띌 거다. 돌멩이의 정체는 마모된 타일. 포지타노 사람들은 여름철이면 섭씨 40도까지 오르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실내 벽과 바닥을 시원한 타일로 꾸미고 산다. 마욜리카(maiolica) 도기로 부르는 건축 타일인데, 건축물의 옷을 갈아입히듯 해마다 장식된 타일을 갈아 낀다. 헌 타일은 보통 바다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파도에 깎여 부드럽게 깎인 타일 돌멩이가 포지타노 앞바다에 가득하다. 타일 돌멩이를 주워 액자를 만드는 체험 상품이 있을 정도다. 무늬가 멋스러운 타일 돌멩이를 여행 기념품으로 삼아도 좋다. 
 
3 아말피에서는 쇼핑
아말피 코스트는 캄파니아 해안마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아말피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말피에 사람과 물자가 몰렸던 건 다른 해안마을과 달리 아말피가 ‘평지’이기 때문이다. 물자를 나르기 쉽고, 집과 건물이 들어설 만한 여유가 있었다. 운송비와 건물 임대료가 적게 드는 덕분에 아말피는 지금도 이탈리아 남부에서 물가가 가장 저렴하다. 포지타노와 비교하면 음식이나 기념품 값이 10~20%는 싸다. 쇼핑 여행지로 적격이라는 뜻이다.
아말피 노점에서 파는 레몬. 레몬으로 만든 사탕과 레몬술 리몬첼로는 기념품으로 적당하다.

아말피 노점에서 파는 레몬. 레몬으로 만든 사탕과 레몬술 리몬첼로는 기념품으로 적당하다.

아말피에서 살 만한 추천 아이템은 레몬으로 만든 비누와 방향제다. 레몬은 이탈리아 남부의 특산품으로 십자군 전쟁 중 중동에서 들여왔다.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에게 레몬은 생활 필수품인데, 멀미도 급체도 기력저하도 모두 레몬으로 해결한다. 레몬 사탕은 기념품으로 인기있다. 로마 등 관광도시에서는 1㎏에 15유로. 아말피에서는 10유로쯤 한다. 레몬껍질로 만든 식후주 리몬첼로도 사올 만하다. 750㎖ 한 병에 5~6유로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도자기와 아말피 종이를 파는 기념품 가게.

도자기와 아말피 종이를 파는 기념품 가게.

좀 더 특별한 쇼핑품목을 찾는다면 아말피 수제 종이도 있다. 아말피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종이가 만들어졌던 도시다. 13세기 중동 상인이 종이 제조법을 전파했다. 아말피 수제 종이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지금도 바티칸 교황청에서 서신을 보낼 때 사용된다. 마을 중심부 두오모 광장 부근에 아말피 종이로 만든 지도, 편지지 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4 나폴리에서 먹고 죽으라
캄파니아주 주도 나폴리. 지저분하고 치안이 안좋다는 오명을 쓴 것 치고 의외로(?) 광장과 거리가 깔끔했다.

캄파니아주 주도 나폴리. 지저분하고 치안이 안좋다는 오명을 쓴 것 치고 의외로(?) 광장과 거리가 깔끔했다.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다. 미항(美港) 산타루치아와 코발트색 바다가 어우러진 나폴리의 풍경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나폴리를 여행하고 나서는 속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폴리에서 먹고 죽으라’고 말이다. 
나폴리에서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게 피자다. 1984년 창설된 나폴리피자협회는 ‘나폴리 피자’의 조건을 몇 가지 정해두고 있다. 손으로 반죽한 도우를 쓸 것, 화덕에 구울 것 등이다. 특히 치즈와 토마토만큼은 이탈리아산을 써야 ‘오리지널 나폴리 피자’로 말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나폴리피자협회가 천명하는 것처럼 나폴리 피자의 맛은 식재료가 좌우한다.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주는 이탈리아 토마토 최대 생산지로 연간 150만t의 토마토가 수확된다. 뜨거운 태양을 받고, 해풍을 맞고 자란 캄파니아의 토마토가 나폴리 피자의 감칠맛을 돋운다. 나폴리의 어느 피자집이든 수준 이상의 음식을 내놓지만, 명성 있는 가게를 가고 싶다면 플레비시토광장 부근의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로 향하자. 마르게리타피자(바질·토마토·치즈만 넣은 피자, 9유로)의 원조집이다. 
얼굴 만한 크기의 모차렐라 치즈. 우유가 아니라 물소 젖으로 만든 캄파니아 특산 치즈다.

얼굴 만한 크기의 모차렐라 치즈. 우유가 아니라 물소 젖으로 만든 캄파니아 특산 치즈다.

나폴리는 토마토뿐 아니라 치즈도 특별하다. 캄파니아는 산지가 많아 젖소 대신 물소를 길렀는데,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가 젖소 우유로 만든 치즈보다 외려 풍미가 좋았다.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가 바로 ‘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다. 물소 젖 치즈는 유통기한이 2~3일에 불과해 방부제를 넣지 않은 신선한 치즈는 이탈리아에서도 캄파니아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산타루치아 항 근처 안토니오&안토니오(Antonio&Antonio)에서 사람 얼굴만한 그란데 사이즈(500g)의 모차렐라 치즈로 만든 샐러드(13.5유로)를 판다. 많은 이들이 ‘인생 치즈’라고 꼽는 메뉴다. 
1890년 문을 연 나폴리 카페, 감브리누스. 이탈리아 여느 카페처럼 서서 먹어야 싸다. 

1890년 문을 연 나폴리 카페, 감브리누스. 이탈리아 여느 카페처럼 서서 먹어야 싸다. 

감브리누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달한 커피, 스트라파차토.

감브리누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달한 커피, 스트라파차토.

1890년 개장한 카페 감브리누스(Gambrinus)에서 파는 달콤한 에스프레소(2.5유로)도 나폴리를 상징하는 맛 중 하나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다녀갔는데, 그들이 사용한 잔을 씻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5 폼페이에서 아침을
캄파니아에 간다면 폼페이에 들르고, 폼페이에 간다면 반드시 아침 일찍 서둘러 입장할 것. 고대 유적지의 적막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캄파니아에 간다면 폼페이에 들르고, 폼페이에 간다면 반드시 아침 일찍 서둘러 입장할 것. 고대 유적지의 적막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베수비오산(1281m)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나폴리 만(灣)의 드라마틱한 경관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이다. 부드러운 능선과 달리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험악한 활화산으로 지금도 수시로 검은 증기를 뿜고 있다.
원래 3000m가 넘는 고봉이었던 베수비오산은 기원후 79년 정상부가 날아가 버릴 정도로 폭발했는데, 그때 대폭발로 멸망한 도시가 바로 ‘시간이 멈춘 도시’ 폼페이다. 도시 전체가 15m 화산재 아래 묻힌 폼페이는 1549년 수로를 건설하기 위해 땅을 파다가 그 존재가 알려졌다. 현재 도시의 3분의 2 가량이 발굴된 상태이며 ‘야외 박물관’으로 캄파니아 여행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폼페이 유적.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폼페이 유적.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폼페이 유적.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폼페이 유적. 

폼페이는 누구나 한번은 가볼 만한 여행지로 꼽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한해 500만 명의 여행객이 몰려드는 번잡한 유적지라 제대로 고대 도시의 정취를 느끼기 힘든 탓이다. 폼페이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오전 9시 개방하자마자 입장할 것을 권한다. 2000년 전 고대도시를 적막하게 거니는 것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폼페이 곳곳을 제대로 감상하면 가이드 투어도 필수다. 신전이나 대광장 등 규모 있는 유적지도 유적지지만, 폼페이 곳곳에서 현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서민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폼페이 시민의 대중탕 사타비아 목욕장, 야한 벽화가 남아있는 유곽 루파나레는 꼭 들르자. 
 
◇여행정보=이탈리아 남부 소도시는 규모가 작아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만한 규모다. 도시 간 이동은 버스나 페리 등으로 해야 하는데, 운행 편수가 많지 않다. 남부 여행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이탈리아 현지에서 출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낫다. 유로자전거나라(romabike.eurobike.kr)가 이탈리아 캄파니아주를 둘러보는 1박2일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렌토·포지타노·아말피·폼페이·나폴리 등을 들른다. 소렌토에서 포지타노까지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고, 포지타노에서 아말피까지 페리를 타고 해안마을을 둘러본다. 이탈리아 정부 공인 가이드가 동행한다. 1인 160유로(약 21만원), 예약금 10만원 별도. 
 
이탈리아=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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