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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234만원 주고 나는 200만원도 못 챙기는데 편의점 문 닫아야죠"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8)씨는 16일 아들 부부를 집으로 불렀다. 운영하는 편의점 폐업을 상의하기 위해서다. 5년 전 퇴직하면서 1억8000만원(보증금 1억원)을 들여 편의점(전용 59㎡, 약 18평)을 차렸지만 더는 운영이 버거워서다. 
 
전날 발표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도 박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재 매출에서 본사 수수료(매출의 35%), 운영비(임대료 등)를 내고 5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월 320만원 정도 남는다. 여기서 창업을 위해 은행에서 빌려 쓴 대출금 이자를 제하면 실제 박씨 몫은 290만원 정도다.
최저임금 변화에 따른 편의점 수익

최저임금 변화에 따른 편의점 수익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아르바이트생 시급을 1060원 올려주면 박씨의 수익은 230만원대로 뚝 떨어진다. 대출이자를 제하면 200만원에 못 미친다. 평일 야간근무(월 20일, 하루 9시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월급(234만원)보다 적다. 박씨는 “이럴 바에야 마음 졸여가며 편의점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도 하루 9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차라리 다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가시화하면서 편의점 등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현재보다 16.4% 올린 7530원으로 확정하면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받는 근로자의 68.2%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10인 미만)에 근무한다.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소상공인이 포진한 주요 업종이 몰려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44.6%가 몰려 있다. 그만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달 15일 내년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편의점 점주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이달 15일 내년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편의점 점주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던 편의점 업계는 비상이다. 편의점은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이 가장 많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점포는 3만5000개가 넘는다. 24시간 운영하는 특성상 점포당 평균 5~6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크다. 현재 18만 명 이상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편의점 점포당 전체 수익(매출이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다. 임대료 등을 포함한 영업비 비중과 비슷하다. 내년부터는 이 비중이 27%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문을 닫는 편의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들어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데다 임대료 등 영업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는 것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편의점 점주의 수익은 현재의 반 토막이 된다”며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적은 수익을 노리고 편의점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주요 편의점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17일 GS리테일(GS25) 주가는 전날(14일) 대비 6.16% 하락했고, BGF리테일(CU)도 3.09%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편의점 관련 목표주가를 3000원 내렸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최저임금 상승 타격으로 업계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보전해 주기로 했는데도 편의점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 본 것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7.4%)을 초과한 부분(9%)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예컨대 하루 9시간 20일 근무(평일 주간)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은 현재 139만원에서 내년 162만원으로 오른다. 인상된 23만원 중 정부가 12만6000원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게 주인은 10만4000원을 더 올려주면 된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수익 변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수익 변화.

하지만 정부의 인건비 보전에는 한계가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17일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을 영원히 가지고 갈 순 없다”고 말했다.  
 
예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인건비 보전을 위한 예산 3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하는 고용 비용이 11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인상분(16.4%) 중 추가 인상분(9%)을 보전하려면 6조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은 "정부가 TF를 구성해 17일부터 사업체 규모(근로자 수)나 부담능력을 감안해 직접 지원 대상 요건 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고 실효성 높은 지원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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