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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고 상승 기록한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얽힌 미스터리...막전막후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6.4% 인상됐다. 월급으론 157만3770원, 연봉 1888만5240원이다. 사상 최고 인상금액(1060원)이다.
 
어떻게 이런 유례없는 인상이 가능했을까. 그것도 노사 중 어느 한쪽도 퇴장하지 않고 노사자율 투표로 말이다. 예년처럼 공익위원의 개입도 없었다. 매년 공익위원은 노사가 첨예하게 충돌할 때마다 노사의 의견을 들어 중립적인 인상범위를 제시하곤 했다. 그래도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조정안을 내고, 이 안으로 표결처리를 했다. 올해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온전히 노사의 자율에 맡겼다. 그런데도 역대 최대 인상이 이뤄졌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확정된 뒤 사용자 측 이동응 위원(오른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근로자 측 권영덕 위원(섬유유통노련 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확정된 뒤 사용자 측 이동응 위원(오른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근로자 측 권영덕 위원(섬유유통노련 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경영계의 변심이다. 사용자 측 위원은 최저임금 심의가 벌어질 때면 판에 박힌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매년 동결 또는 소폭 인상안을 내놓고 노동계와 힘겨루기를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심의 막판인 15일 오전 제11차 회의에서 경영계가 낸 3차 수정안은 4.2% 인상한 6740원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인 같은 날 12차 회의에선 최종 수정안으로 12.8% 인상된 7300원을 써냈다. 경영계가 이런 파격적인 인상안을 낸 건 사상 처음이다. 경영계의 최종 수정안을 본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조차 "깜짝 놀랐다"고 했다.
 
또 하나 미스터리는 노동계의 태도다. 즉각 1만원(54.6% 인상)을 주장하던 노동계가 최종 수정안으로 16.4% 인상으로 확 낮췄다. 경영계의 인상안과 차이는 불과 3.6%포인트다. 같은 날 제11차 회의에서 낸 3차 수정안은 28.7% 인상된 8330원이었다.
노사 양측이 몇 시간 만에 어떻게 이렇게 돌변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뒷거래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역할이 절묘하게 먹혀든 결과다.
 
어수봉 위원장은 3차 수정안을 받아본 뒤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매년 공익위원이 인상 범위를 제시했으나 올해는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덧붙여 "공익위원 조정안도 없다. 노사 양쪽이 낸 최종 인상안만 놓고 표결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동작전을 썼다. 경영계에는 최소한의 인상폭(하한선)을 넌지시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감안해 예년 수준(7~8%)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압박했다. 노동계에는 반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선 15.7% 정도만 인상해도 되지 않느냐"며 사실상 상한선을 시사했다. 경영계에는 상한선을 알려주지 않았고, 노동계에는 하한선을 암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장이 "양측의 인상안을 놓고 표결에 붙여 표를 많이 획득한 한쪽의 인상안을 채택하겠다"고 했으니 노사 모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위원장은 "그렇다고 애초에 낸 무리한 요구안을 계속 고집하면 공익위원이 모두 기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공익위원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과반수 득표를 할 수 없다. 양측의 안 자체가 무효로 처리된다. 사실상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물건너 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최저임금 없는 해가 된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시간당 1000원을 주든, 100원을 주든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상 초유의 무(無)최저임금 시기가 된다는 의미다.
 
이같은 최저임금위원장의 입장 표명에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어느 쪽이든 기존 입장을 고수하다간 투표에서 상대가 제시한 인상안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결국 한 발 빼고 수용 가능한 수정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상·하한선 없는 깜깜이 눈치작전이 진행된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물밑 거래가 보태졌다.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된 다음날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을 최종 투표 전에 흘렸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 따르면 정부는 "인상분의 8% 정도는 정부가 현금으로 지원해주겠다. 그렇게 되면 실제 경영계가 부담하는 건 나머지 인상분이니 조금만 더 쓰라"고 경영계를 설득했다. 최종 수정안을 내기 직전 3차 수정안에서 4.2% 인상안을 낸 경영계가 8.6%를 더해 12.8% 인상안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정부의 구상대로 정부가 8%를 보전해준다면 실제로는 4.8% 인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예년의 인상폭(7~8%)보다 낮은 인상률이니 사용자 측으로선 생색도 내고, 실리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노동계는 반대로 표결처리할 경우 사용자 측 안으로 결론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게 최저임금위원회 측의 전언이다. 그래서 최종 수정안이 7000원대로 낮아질 수 있었다.
 
결국 표결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위원은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용자측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정부가 8%를 보전해주면 경영계는 8.4% 인상을 감수하라'는 역선택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눈치싸움에서 정부의 꼼수에 휘둘린 경영계의 완패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거래제의가 먹히지 않을 뻔 하기도 했다. 일부 공익위원이 "정부가 돈을 뿌려서 임금을 보전하는 것은 전세계에 사례가 없는, 시장 교란행위이자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일부 위원은 "세금으로 임금을 보전해주면 그 혜택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돈을 거둬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걸 가만 두고 보겠는가"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영계는 평소의 입장과는 다르게 덥석 받았다. 이게 자충수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한데 공익위원의 이의제기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 이상했다. 정부는 "내년 한 번만 이렇게 지원할 것이다"라고 못박았다고 공익위원이 전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이런 대책을 내놓고, 시행하면 언론은 물론 여론이 '세금으로 최저임금 올린 것' '정부가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여론 압박을 이용해 산입범위 조정이나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과 같은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국민 세금으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하는 대책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공약이행을 위해 정부가 부작용을 알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형태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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