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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헛신발

헛신발
-신달자(1943~)
  
 
여자 혼자 사는 한옥 섬돌 위에
남자 신발 하나 투박하게 놓여 있다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남자 운동화에서 구두에서
좀 무섭게 보이려고 오늘은 큰 군용 신발 하나
동네에서 얻어
섬돌 중간에 놓아두었다
  
몸은 없고 구두만 있는 그는 누구인가
형체없는 괴귀(怪鬼)
다른 사람들은 의심도 없고 공포도 없는데
아침 문 열다가 내가 더 놀라
누구지?
더 오싹 외로움이 밀려오는
헛신발 하나  
 
 
섬돌 위의 중심에 놓인 남자 신발은 말해준다. 이 여자는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누구에게 말하는가? 가부장제에 물든 동네의 시선에게 말한다. 그래서 남자 구두, 그것도 큰 군화(軍靴), 외적으로부터 지켜줄 남성성의 물신(物神) 하나를 놓았다. 그러나 남을 속이려고 세운 헛것에 내가 더 놀라고 마는 이 참담함이라니. 헛것의 환몽이 깨진 자리에 ‘더 오싹’ 밀려오는 외로움. 쨍그랑! 헛것들의 피안에 나타나는 절대고독.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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