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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참 나쁜 장관’ 구합니다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상 가장 독특한 내각의 주인이었다.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헐뜯었던 공화당 내 라이벌은 물론 민주당 정적까지 포용했다. 놀라운 건 링컨을 ‘얼간이’ ‘긴팔원숭이’라고 모독한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턴을 전쟁장관에 기용한 일이었다. 스탠턴은 ‘예스맨’이 되기는커녕 ‘나쁜 장관’이 됐다. 링컨이 군부대 이동 명령을 내리자 “잘 알지도 못하고 내린 바보의 명령”이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링컨은 스탠턴에게 직접 설명을 들은 뒤 자신의 판단 착오였음을 인정하고 명령을 철회했다. 찰떡궁합이 된 둘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은 『권력의 조건』에서 링컨의 탕평 내각을 ‘라이벌 팀(Team of Rivals)’이라고 했다. 적임자 원칙으로 긴장과 견제, 소통과 통합을 일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번 탕평을 약속했다. 출발은 괜찮았다. 격식 없는 회의와 테이크아웃 커피 산책의 ‘감성 정치’는 신선했다. 박근혜 정부 때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쫓겨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차관에 발탁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그런데 조각(組閣)이 꼬였다. “유능한 인재의 삼고초려 기용” 약속은 허망해졌고, 공직 배제 5대 원칙은 내상을 입었다.
 
빚은 국민에게 졌는데 엉뚱한 데다 빚잔치를 하다 보니 ‘유시민(유명 대학·시민단체·민주당)’ 내각이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17명의 국무위원(후보자 포함) 중 ‘SKY’ 출신이 10명, 대선 캠프나 시민단체 출신이 15명이나 된다. 학벌 타파와 통합을 외친 정부의 아이러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과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표절·음주운전·위장전입 등 숱한 흠결이 드러난 이들에게 ‘성은’을 베풀고 있다.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자리를 걸고 직언할 인사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탈원전과 공무원 성과급 폐기, 비정규직 문제, 평둔화(平鈍化) 교육 등 ‘원 웨이’ 정책이 그 징후다. 링컨이 추앙받는 건 ‘X맨’의 쓴소리를 영양제 삼으며 국가와 국민만 생각한 덕분이다. 우리도 ‘나쁜 장관’이 절실하다.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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