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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외고·자사고 가고는 싶은데 언제 폐지될지 불안 … 비평준화 일반고 노크해 볼까

요즘 주목받는 비평준화 일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국어고·자사고 폐지 논의가 나오자 학부모들의 관심이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로 쏠리고 있습니다. 외고·자사고와 비슷한 수준의 차별화된 교육을 하면서도 폐지 논의에선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비평준화 일반고는 외고·자사고처럼 지원자 중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고, 이런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졸업생들이 이른바 ‘명문대’도 많이 진학합니다. 현재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는 전국에 640곳에 이릅니다. 그중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곳은 재학생들을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학교입니다. 이번 주 ‘열려라 공부’에서는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는 어떤 곳이 있는지,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비평준화 일반고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양서고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수학동아리에서 낸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모여 있다. [최정동 기자]

비평준화 일반고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양서고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수학동아리에서 낸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모여 있다. [최정동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양서고교.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교실을 나와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학생 중 몇몇은 종이와 펜을 들고 학교 본관 옆 게시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1시 게시판엔 수학 문제가 하나 게시됐다. 지난달부터 양서고 수학동아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학 문제를 낸다.
 
TV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창의성을 발휘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성냥개비 6개로 크기가 같은 삼각형 4개를 만들라’는 식이다. 문제가 나오면 학생 150명가량이 풀이에 도전한다. 이 중 한 달간 정답을 가장 많이, 혹은 빨리 맞힌 학생을 학교는 ‘이달의 수학인’으로 선정한다. 선정되면 이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도 반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창의적 수학 도전하기’라 불린다. 수학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도 많이 참여한다. 6월의 수학인으로 뽑힌 3학년 유재석(17)군은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껴지고, 게임처럼 재미있게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일고·공주사대부고·거창고 등 640개
 
한일고 인성교육 행사인 모내기 체험. [사진 한일고]

한일고 인성교육 행사인 모내기 체험. [사진 한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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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고가 있는 양평은 이른바 ‘비평준화’ 지역이다. 양서고는 경기도 거주 중학생 중에서 학교 자체의 선발 과정을 거쳐 신입생을 뽑는다. 지난 15일 설명회가 있었는데 공지 일주일 만에 400명 예약이 찼다. 이 학교 한상 교장은 “‘창의적 수학 도전하기’처럼 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나 입학 관련 문의가 많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진로의 전문가를 초청해 학생들과 만나게 하는 행사도 자주 한다. 연말에는 희망 전공 분야에 대한 소논문을 학생이 작성케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고·자사고 폐지 논의가 나오면서 양서고 같은 ‘비평준화 일반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외고·자사고와 비슷한 수준의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폐지 논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 비평준화 일반고는 외고·자사고처럼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다. 지원자 중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고, 이런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이른바 ‘명문대’도 많이 진학한다.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국·영·수 2등급 이내 비율 100위 내 고교 기준, 2015), (*)표시 지역은 전국, 나머지는 시·도 내 선발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국·영·수 2등급 이내 비율 100위 내 고교 기준, 2015), (*)표시 지역은 전국, 나머지는 시·도 내 선발

전국에 비평준화 일반고는 모두 640곳. 전체 고교생의 20.8%(37만2500명)가 다닌다. 비평준화 일반고는 대체로 지방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에 있다.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울산·수원 등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는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다. 반면 비평준화 지역은 학교장이 선발 방식을 정한다. 대체로 이들 학교가 속한 광역시·도에 사는 학생이면 지원할 수 있다. 중학교 내신 성적을 보거나 면접을 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경기도에서도 인기가 높은 학교는 중학교 내신 200점 만점에 19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공주 한일고, 경남 거창 거창고 등 거주지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있다.
 
학부모들은 비평준화 일반고 중에서도 재학생들을 명문대에 많이 보내는 학교에 관심이 많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5학년도 기준으로 수능 국어·영어·수학 2등급 이내 비율이 많은 전국 100개 고교 중 21곳이 비평준화 일반고였다. 한일고·공주사대부고(충남 공주)·거창고·세마고(경기 오산)·풍산고(경북 안동)·청원고(충북 청주)·양서고(경기 양평)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들 학교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토론·수준별 수업 등을 늘리고,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응해 동아리 활동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고교는 재단·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기숙사도 운영한다. 하지만 학비는 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비슷하다. 자사고는 일반고의 3배가량을 학비로 받는다.
 
비평준화 일반고 중에서도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들이 인기가 높다. 특히 한일고는 대학 진학 실적이 높아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이 학교 최용희 법인국장(전 교감)은 “지난달 학교 설명회에 온 부모 중에 우리 학교를 자사고로 오해해 ‘폐지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었다. ‘일반고라 영향 없다’고 설명했더니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겠다’고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일반고와 학비 비슷 … 기숙사 있는 곳도
 
세마고의 심화수업 장면. [중앙포토]

세마고의 심화수업 장면. [중앙포토]

한일고는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공부법을 찾아 나가는 게 특징이다. 중학교 때까지 사교육에 많이 의존한 학생은 입학 초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자율학습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짜 공부가 뭔지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비평준화 일반고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학교의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면 굳이 학원·과외 등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세마고(자율형공립고)는 2015년 이후로 1, 2학년 중 희망 학생을 모아 정규 수업 후에 심화학습 ‘전문 교과’를 가르친다. 물리학 실험실습, 국제정치와 경제가 대표적이다. 일반 고교에선 잘 개설하지 않는 과목들이다. 세마고 학생들은 이런 과목을 추가로 들으며 대학에서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학과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게 된다.
 
비평준화 일반고는 이른바 ‘후기고’에 속한다. 외고·자사고가 11월에 신입생을 먼저 뽑은 뒤 일반고는 12월 정도에 뽑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경기도 비평준화 일반고의 경우 내신 200점 만점으로 ▶교과 150점 ▶출결 20점 ▶봉사활동 20점 ▶학교활동 10점 등의 비중으로 심사한다.
 
세마고 최문용 대외협력부장은 “내신 200점 만점에 195점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하다. 3학년 2학기 내신까지 포함해 평가하는 만큼 비평준화 일반고 진학 희망자라면 2학기까지 내신을 잘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평준화 일반고는 올 하반기에 학교 설명회를 잇따라 연다. 학교에 따라 예약을 받아 진행하는 곳도 있는 만큼 관심 있는 학교의 설명회 일정은 미리 알아놓을 필요가 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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