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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폭력·술판·뇌물 난무하는 ‘교도소 영화’ … 그 허구와 실제

고대훈의 Fact&Fiction
죄수들을 감시하는 망루, 콘크리트 담장과 철조망, 몽둥이를 휘두르는 교도관, 폭력이 난무하는 재소자들 간의 서열 투쟁, 가혹한 체벌과 징벌방 수용…. ‘감옥’ ‘교도소’ 하면 으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다. 죄수들이 술판을 벌이며 담배를 밀거래하고(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교도관을 매수하고 바깥 세상을 들락거리며 범죄를 저지르고(영화 ‘프리즌’), 교도소 담을 넘어 탈옥에 성공하는(TV드라마 ‘피고인’) 장면들을 봤다면 부정적 선입견을 갖는 게 무리가 아니다.
 
 
 
‘불한당’ ‘프리즌’ ‘피고인’에서 교도소는 사회와 격리된 부패의 소굴로 묘사된다. 선과 악의 대결 구도, 죄수들의 의리와 배반 같은 극적 설정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진짜로 저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심리적 동조현상까지 보태진다. 요즘엔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장관 등 고위 공직자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감방에 갇히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강유정(영화평론가) 강남대 교수는 교도소 영화의 열기를 “‘황제 노역’에서 보듯 감옥 안에서 또 다른 불의가 판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개연성과 믿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권력과 공공시설에 대한 불신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면서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영화와 드라마는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픽션)의 세계다. 하지만 교도소라는 실체의 사실(팩트)까지 왜곡할 경우 교도행정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픽션과 팩트를 넘나드는 경계선은 어디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기도 안양교도소와 서울 남부교도소(옛 영등포교도소)를 최근 다녀왔다.
 
 
서울 남부교도소 안 중앙통제실. 교도소 안 400여 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24시간 실시간으로 재소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남부교도소]

서울 남부교도소 안 중앙통제실. 교도소 안 400여 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24시간 실시간으로 재소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 남부교도소]

◆여인숙과 호텔, 교도소에도 급이 있다=1963년 문을 연 안양교도소는 54년이나 된 국내 최고령 수용시설이다. 마약범·조직폭력범 등 비교적 죄질이 중한 1800명이 수용돼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낡은 건물과 시설로 인해 음습한 공기가 지배한다. 녹이 슨 쇠창살, 갈라진 벽, 외부에 노출된 배관은 영화에 나오는 영락없는 감옥의 풍경이다. 신축 계획을 18년째 추진해 왔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 반발에 부딪혀 큰 진전이 없다. 반면 2011년 신축된 남부교도소는 아파트단지와 인접해 외관만 보면 연구소로 착각할 정도다. 교도소 내부도 안양교도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돈돼 있다. 호텔급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 수용된 1000여 명은 모범수·경제범·과실범이 대다수다. 서울대병원과 연계된 원격진료센터가 있고 체육관·테니스장·어린이집은 주민에게 개방한다.
 
두 교도소의 차이는 감방으로 불리는 수용실에서 확연해진다. 방은 독거실(독방)과 혼거실(다인방)로 나뉜다. 안양교도소에선 대부분 8∼9명씩 25㎡(7.5평) 크기의 혼거실에서 지낸다. 방문 입구에는 취침 자리를 배정한 표가 붙어 있다. 1인당 1평이 안 되는 공간에서 칼잠은 필수다. 수세식 변기와 TV·선풍기가 있지만 온돌은 없다. 환자를 위한 치료 수용동이 있으며 독거실은 이른바 '징벌방'으로 쓰인다. 징벌방 처분을 받으면 가석방이나 면회 제한 등 불이익만 당한다고 한다. 권민석 안양교도소장은 “교도관이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징벌방에 가두고 담배를 팔며 뒷돈을 챙기는 식의 영화 장면들은 완전한 왜곡이다. 교도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재소자 인권 의식이 높아져 말 한마디라도 잘못 던지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곧바로 진정을 내는 시대”라며 “체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남부교도소는 전체 554개 방 중 333개(60%)가 4.61㎡(1.4평) 크기의 1인용 독거실이다. 죄인이지만 사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얘기다. 나머지 감방도 12㎡(3.6평) 크기의 4인용으로 돼 있다. 온돌도 설치돼 있다. 열쇠 꾸러미로 감방 문을 연다거나 함께 모여 회식하는 영화 속 장면은 사실과 다르다. 모든 교도소의 출입문은 전자키로 바뀌었고 방에서 밥과 국, 3찬을 배식구로 받아 식사한다. 설거지는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는 게 원칙이라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유태오 남부교도소장은 “사업 실패로 오기도 하고 살다 보면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곳이 교도소다. 수용자들이 좋은 시설에서 교육받고 생활해야 교정·교화 효과가 높다”고 했다. 국민 세금으로 범죄자 호사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사회에 복귀해 우리와 더불어 살 사람들”이라고 유 소장은 강조했다.
 
◆형태만 남은 감시대=안양교도소에는 망루 형태의 감시대 5곳이 남아 있지만 2007년 이후 쓰지 않는다. 대신 교도소 내 폐쇄회로TV(CCTV) 206개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중앙통제센터에서 보면 교도소 곳곳에서 재소자들을 관찰할 수 있다. 높이 2.5m와 3.5m의 1, 2차 철제 펜스, 4.5m의 3차 콘크리트 주벽으로 구성된 3중 울타리가 교도소를 둘러싸 탈옥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부교도소에는 아예 감시대가 없고 400여 대의 CCTV와 3중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두 교도소에서 성공한 탈옥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전한다.
 
혼거실은 하루 30분씩, 독거실은 하루 한 시간씩의 운동시간이 배정된다. 대부분 걷거나 뛰는 게 전부다. 운동기구는 신체에 위해를 줄 수 있어 비치하지 않는다. 족구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구기는 안 된다. 경기가 격해져 다치거나 싸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은 도자기·봉제·자동차정비·한식조리 등 수십 종의 직업훈련도 받는다.
 
전국에 여성 1300명을 포함해 1만6000명의 교정공무원이 있다. ‘보통 사람’과 다른 이들을 상대하는 애환이 있다. 교도소 영화를 보면서 ‘저거 과장된 소설인데…’라며 외면하고 싶어진다. 남들의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을 땐 가슴앓이가 심하다고 털어놓는다. “픽션이라 해도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키워 교정공무원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 왜곡은 시정돼야 한다”는 이정용 법무부 교정기획과 사무관의 말에 공감이 간다. 현장에서 만난 교도관과 재소자들을 통해 교도소 분위기와 실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처럼 악당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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