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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에 눈물 흘리는 소액주주들

“갑질한 사람이 죄이지, 주주가 무슨 죄입니까.”
 
“회장의 수준이 바로 주가입니다.”
 
“8만원대 후반에서 (하락세가) 멈추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주주들이 모여서 피해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14일 국내 포털 증권 사이트 종목 토론실은 이장한 종근당 회장 성토장이 됐다. 이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불법 운전 지시와 함께 폭언을 퍼붓는 녹취가 공개된 뒤 관련 회사 주가가 급락하면서다. 이날 종근당은 전날보다 3.36% 내린 11만5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바이오도 각각 2.58%, 2.28%씩 내렸다.
 
곧 발표될 2분기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주가는 오를 여지가 컸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의약품(ETC) 처방이 늘어 매출은 8.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들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적 효과는 모두 희석됐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데다 이 회사 제품 불매운동 조짐까지 나타나며 앞으로 주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다른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회장직을 내놓은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도 그 중 하나다. MP그룹의 14일 종가는 1265원으로 지난해 4월 정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298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났다. 올 초엔 2000원대를 회복하며 상승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치즈통행세’(동생 부부 업체의 치즈를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와 보복 영업 혐의 등으로 구속까지 되면서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탔다.
 
오너 리스크로 인한 피해가 소액주주에게 전가되고 있다. 소액주주는 지분율 1% 또는 액면가 3억원 미만의 주식을 가진 주주다. 오너 리스크는 사주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질 위험이다. 국내에선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적인 위험이다. 하도 빈번하다보니 ‘갑질 테마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주주에겐 최대한 피해야 할 종목이다.
 
오너 리스크가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꼽히는 배경은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은 국내 기업 문화가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을 두는 미국에선 회사 명성에 누가 되는 스캔들이 불거지면 곧바로 해임되기 때문에 기업 자체가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며 “반면 한국의 기업 문화는 경영진이 대부분 대주주이기 때문에 사고가 터지면 경영진의 잘못과 동일시되고 실적 악화로 이어져 결국 애먼 소액주주만 피해를 보는 식”이라고 말했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은 5대째 경영권을 승계했다. 오너 리스크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그룹의 명성이 유지되도록 부단히 애를 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발렌베리 파운데이션이 이익금의 80%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액주주 피해를 막으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 주주의 권한을 좀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독특한 대기업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오너가 주주의 존재를 두려워하게 만들려면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제대로 도입돼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도입해 의결권을 바르게 행사한다면 오너 리스크는 충분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가 주주 권리를 대변해 적극적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만든 지침이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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