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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 드라마 작가 신인이었어?

신인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사진은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에서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며 몰입감을 높인다. [사진 각 방송사]

신인 작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사진은 이수연 작가는 ‘비밀의 숲’에서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며 몰입감을 높인다. [사진 각 방송사]

“도대체 작가가 누구야?” “외계인 아닌가요? 심장 멎는 줄.”
 
요즘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자주 이뤄지는 대화다. 지난겨울 ‘도깨비’ 신드롬을 일으킨 김은숙을 비롯해 김수현·노희경 등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이름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름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신인 작가들은 어떻게 안방극장으로 몰려올 수 있었을까.
 
우선 방송사들의 드라마 공급 전략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장르물의 도약이다. 지난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제사건을 파헤친 드라마 ‘시그널’의 성공 이후 CJ E&M은 스릴러와 추리물을 대거 편성했다. tvN은 월·화에는 ‘써클: 이어진 두 세계’를, 토·일에는 ‘비밀의 숲’을 연이어 방영했다. OCN은 상반기 내내 주말 밤이면 ‘보이스’ ‘터널’ ‘듀얼’로 이어지는 장르물 라인업을 구축했다. 중장년 시청자를 폭넓게 잡지 못할 바에야 타깃 시청자라도 확실히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은미 작가는 ‘터널’로 OCN 최고 시청률을 달성다. [사진 각 방송사]

이은미 작가는 ‘터널’로 OCN 최고 시청률을 달성다. [사진 각 방송사]

추리물은 그동안 ‘유령’ ‘시그널’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김은희 작가를 제외하면 인재가 부족한 영역이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신인 작가로 눈을 돌렸다.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대표적이다. ‘비밀의 숲’은 등장인물 모두가 검사 스폰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쫀쫀한 전개로 주목받고 있다. 이수연은 단막극 한 편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비밀의 숲’의 성공으로 대박이 났다. 지난 5일 그와 드라마 추가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작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7.95% 뛰어올랐다.
 
제작사 관계자는 “‘비밀의 숲’은 이수연 작가가 3년 전에 써놓은 작품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살인사건 장소인 박무성 집의 신발장 높이까지 쓰여 있을 정도로 대본이 치밀하다. 작가 특유의 발로 뛰는 취재력도 강점”이라고 했다. 씨그널 측은 “작가가 검찰에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며 “그동안 써둔 5~6개 작품을 연이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에서 2017년의 대학생 우진 역을 맡은 여진구.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에서 2017년의 대학생 우진 역을 맡은 여진구.

집단 작가 시스템도 신인 작가의 등장을 돕는다. 추리물은 대본 특성상 치밀한 전개가 필요해 집단 작가 시스템이 도입되다 보니 신인작가가 파고들 여지가 생긴다. ‘써클’은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를 함께 만든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기획해 그들의 보조작가였던 김진희·류문상·박은미 작가에 예능 작가 출신인 유혜미가 합류했다. 이전에는 없던 조합이다. ‘청담동앨리스’를 공동집필한 김진희 작가를 빼면 단막극만 1~2편 집필해본 작가들이라 사실상 이들의 입봉작이다. 작가들은 예능 프로 만들 듯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 아닌, 다르면서도 이어진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 회에 펼쳐지는 ‘더블트랙’을 완성시켰다.
 
‘써클’은 메가폰을 잡은 민진기 PD부터가 예능 출신이다. ‘SNL’ 등을 연출한 그는 “할리우드처럼 작가 팀을 구성해 드라마를 만들어 보니 신인 작가의 미숙함은 걸러지고 참신함과 신선함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했다. 시즌제로 갈 때 작가 한두 명이 빠지더라도 새 작가를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임상춘 작가는 ‘쌈, 마이웨이’로 월화드라마 1위를 기록했다. [사진 각 방송사]

임상춘 작가는 ‘쌈, 마이웨이’로 월화드라마 1위를 기록했다. [사진 각 방송사]

방송사 단막극이 위축되자 설 곳 좁아진 신인 작가들이 미니시리즈로 직행한 것도 빠른 데뷔를 부추긴다. KBS2 ‘쌈, 마이웨이’로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짠내 나는 성장담을 그려낸 임상춘 작가는 2014년 MBC 단막극 ‘내 인생의 혹’ 이후 웹드라마 ‘도도하라’ 등을 집필하며 기회를 노려온 경우다. 임 작가는 성별·나이 등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로 중성적인 예명을 사용한다. KBS 정성효 드라마센터장은 “요즘 젊은층은 드라마냐 예능이냐, 하는 장르 구분 없이 무조건 재미있는 콘텐트를 원한다. 신인 작가들은 드라마란 이래야 한다는 기승전결 문법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신인 작가들의 데뷔 현상은 하반기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JTBC는 31일부터 10부작짜리 웹드라마 5편을 연속으로 선보인다. 오환민 CP는 “본격 덕질을 그린 ‘막판로맨스’나 코믹 스웨그가 담긴 ‘힙한 선생’ 등 기존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콘텐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함과 동시에 신인 작가와 PD를 인큐베이팅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오펜 센터를 설립해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 CJ E&M 측은 “12월부터 tvN을 통해 단막극을 10편 정도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신인 작가들의 활동 공간이다.
 
고선희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는 “그동안 신인 작가들의 데뷔 창구였던 단막극은 줄어든 반면 웹드라마 등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시청자와의 소통 기회가 오히려 넓어졌다”며 “신인 작가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기존 한류와는 또다른 문화 토양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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