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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보는 역사 : 4-15 롤러코스터 에어타임

기자
민병일 사진 민병일
삶으로 보는 역사 : 4장 새 노래를 부르다
 
<15> 롤러코스터 에어타임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손권을 가리켜
'인욕부중(忍辱負重)의 지도자'라 한다.
 
원대한 목표를 위해 한때의 치욕을 참으며
위, 촉, 오 삼국 중 가장 오랫동안
나라를 지켜갈 기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형을 이어 18살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되어
조조를 적벽에서 막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후에 초대 황제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화해의 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우와 싸움에서 그를 죽이고 형주를 차지하자
촉의 황제 유비가 70만대군으로 몰려왔는데
유비를 죽음으로 몰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는
오나라의 젊은 군사령관인 육손이다.
 
본래 육씨 집안과 손씨 집안은
손권의 형 손책이 만든 원한이 있었는데
손권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조카를 육손에게 혼인시키며 화해를 청하고
대도독에 임명해 군의 총지휘권을 주었다.
 
그렇게 내민 화해의 손이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
부강해진 나라의 황제에 오르게 했다.
 
소헌왕후도 왕실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슬픔과 치욕을 참아내면서
가슴에서 떠나 보내야 할 것은 보내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평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후
그녀의 삶과 정반대로
보내야 할 것도 움켜쥐려는 아들로 인해
조선은 평안을 잃고 혼돈에 빠져 버렸다.
 
아들은 자신의 자리에 울분을 터뜨리며
제일 높은 자리에 오르려 주먹을 휘둘렀고
분노의 퍼덕임은 혼돈의 태풍을 몰고 왔다.
 
슬픔을 이겨내지 않고 분노로 나타낸다면
분노는 결국 다툼과 분열을 낳고
분열은 모두를 다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예전 우리 국민은 인내심 많고
슬픔도 이겨내는 민족이라 배웠는데
이제는 소헌왕후처럼
떠나 보내야 할 것은 가게 내두고
슬픔을 승화시켰으면 하고 바래본다.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뺏기자
제소해 시비를 가르려 했던 팬들과 같이
김연아도 보낼 걸 쥐려 했다면
그녀의 뒷모습이 어떠했겠는가.
 

에어타임에 손을 펼치고 즐기는 이들 

소헌왕후, 박근혜 전대통령,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내 경우를 보아도 우리네 삶은
높낮이 차이는 있지만 모두 롤러코스터 삶이다.
 
롤러코스터는
위치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에너지를 변환시켜 스릴을 만드는 장치이다.
 
그래서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위치에너지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운동에너지 가속도도 커진다.
 
롤러코스터의 스릴은
떨어지면서 열차와 승객의
낙하 속도가 다른 데서 온다.
 
열차와 승객의 몸은 서로 직각이니
낙하할 때 열차와 승객의
공기 마찰력은 반비례한다.
 
열차는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중력가속도를 그대로 받아 속도가 오르나
승객의 몸은 땅과 수평이 되면서
마찰력 때문에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
 
스카이다이버가 수직과 수평으로 바꿔가며
공기 마찰력으로 낙하속도를 조절하면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떨어질 때 공기 마찰력으로
몸이 위로 뜨며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에어타임 (Air-time)' 체험을 하는데
이 순간을 즐기는 게 롤러코스터이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 2년 뒤에
소헌왕후도 사망했으니 아마도
그녀의 버팀목의 한 축은 어머니였을 게다.
 
지아비는 역적으로 몰려서 죽고
자식들은 천민이 된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정승부인에서 관비로 떨어졌지만
왕비인 딸이 삶의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에 안전띠가 없다면
떨어질 때 롤러코스터의 에어타임은
낙하산없는 스카이다이빙이 되어 버린다.
 
우리네 롤러코스터 삶에도 
안전띠가 있어 에어타임에서 잡아줘야 한다.
 
소헌왕후와 그녀의 어머니처럼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에어타임에
함께하는 이들이 서로의 안전띠가 된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은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없는 '자유낙하'지만
올라가는 것은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슬픔의 수렁에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롤러코스터가 레일을 타고 올라가듯
끌고 밀어주는 '외부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위로를 받는다는 말은
위로를 주는 누군가 있다는 뜻이다.
 
소헌왕후와 그녀 어머니에게는
함께 하려는 자식들과 세종이
수렁을 탈출케 하는 위로의 에너지였다.
 
함께하며 끌고 밀어주는 위로가
슬픔을 행복의 자리로 바꾸는
승화의 운동에너지이다.
 
그러나 슬픔을 승화시키는 데
함께 하는 것도 위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떨어지는 에어타임에 있는 본인이다.
 
롤러코스터 에어타임이 두려운 이들은
놓으면 떨어질 듯이 안전띠를 꼭 잡고
눈물콧물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롤러코스터 에어타임을 즐기는 이들은
몸이 뜨는 순간 손을 놓고 펼쳐 올리며
열차와 안전띠에 몸을 맡긴다.
 
롤러코스터처럼 닥친 슬픔도 분노도
자신을 비우고 맡기면
롤러코스터 에어타임처럼
행복으로 바꾸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시간은 불과 2분.
그러나 그 느낌과 에피소드 얘기는
2년도 짧을 만큼 길게 가기도 한다.
 
슬픔의 자리는 떠나 보내고
슬픔의 승화 자리를 다시 맞아야 한다.
 
친정 원수를 벌하기 위해 주먹을 쥐는 대신
용서하며 놓아 보내는 펼친 손을 내밀어
소헌왕후는 평안을 맞을 수 있었다.
 
분노는 주먹 쥔 손으로 나오고
화해는 펼친 손에서 나온다.
그리고 '가위바위보'에서
보자기가 주먹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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