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기획]사회적 입원은 '新고려장'?…대부분 자녀가 입원 결정, 집 가기도 힘들어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 환자의 모습.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지만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환자 대부분은 이러한 60세 이상 고령자나 노인들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 환자의 모습.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지만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환자 대부분은 이러한 60세 이상 고령자나 노인들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노인들이 요양병원에 '사회적 입원'을 하는 것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급속한 핵가족화와 고령화, 자녀들의 부모 봉양의식 약화, 준비 덜 된 상태에서 덜컥 찾아온 노후, 독거노인의 증가 등 최근 10년간 한국을 억누르는 사회적 현상들의 부산물이다.
 
사회적 입원이란 굳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 진료만 받아도 될 정도의 질환을 가진 환자가 장기간 병원에서 사는 현상을 일컫는다.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해 굳이 병원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입원해 있는 경우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 자료에 따르면 1만7000명이 6개월 이상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 중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자나 노인들이다.
 
사회적 입원 환자들은 병원 생활에 적응해 "집보다 병원이 낫다"고 말하지만 외로움과 고립감을 떨칠 수 없다.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조순복(58·여)씨는 "언니와 남동생이 있지만, 왕래가 거의 없고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병원 생활이 나름대로 즐겁지만, 피붙이에 대한 원초적 정을 끊지 못한다.
지난달 29일 한 암 전문 요양병원 복도의 빨래건조대에 개인 빨래가 가득 널려 있다. 장기간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환자들은 "병원이 집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 한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9일 한 암 전문 요양병원 복도의 빨래건조대에 개인 빨래가 가득 널려 있다. 장기간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환자들은 "병원이 집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못 한다. 장진영 기자 

김정선 전남대 간호학과 교수가 전남 지역 요양병원 세 곳의 사회적 입원 노인 15명을 인터뷰한 논문에서 이런 상황을 알 수 있다. 김 교수와 박사과정 강군생씨가 공동 작성해 올해 한국노년학회지(37권 1호) 에 게재했다. 노인들은 대부분 본인 뜻이 아니라 자녀가 원해서 입원했다. 자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깔렸다. 하지만 자녀의 방문이 점차 줄어들면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퇴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생업 때문에 일터에 나가야 해서 퇴원한 부모를 집에 혼자 뒀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절대 (나를) 혼자 두면 안 되니까, 옆에 누가 꼭 있어야 한다 하니까 아들이 나의 퇴원을 무서워해요. 꼭 여기(병원)에 있으라고 해."
 
입원한 지 2년이 지난 88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3남 3녀를 뒀다. 남편과 일찍 사별했고 뇌졸중 후유증과 고혈압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하는 것은 물리치료와 약물 처방 정도 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입원실로 돌아가는 환자의 뒷모습. 그의 앞에는 머리가 새하얀 노인 입원 환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29일 경북의 한 요양병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입원실로 돌아가는 환자의 뒷모습. 그의 앞에는 머리가 새하얀 노인 입원 환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녀를 힘들게 하지 않는 게 부모 마음이다. 70세 할머니는 자녀들을 걱정한다. 할머니는 "내가 퇴원해서 혼자 있으면 자식들이 '우리 어머니 어떻게 지낼까' '밥은 먹었을까' 걱정할 거다. 병원에 있으면 그런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애들한테 부담이 덜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녀 집으로 퇴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75세 여성은 "퇴원하면 뭐합니까. 자식들(4남) 집에 못 갑니다. (나를) 돌봐주기도 힘들고 식구도 많고…"라고 말한다. 
 
김정선 교수는 "입원 생활이 시작된 후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거나 점점 면회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식이나 가족한테 버려진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가족·이웃과 격리된 채 외로움·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김 교수가 인터뷰한 노인의 상당수는 "여기서(요양병원)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新)고려장'이라고 표현한다.  
한 요양병원 창가에 앉아있는 뇌졸중 후유증 환자의 옆모습. [중앙포토] 

한 요양병원 창가에 앉아있는 뇌졸중 후유증 환자의 옆모습. [중앙포토] 

“여기 환자들이 매일 자식한테 전화해달라고 간호사한테 떼를 쓰고 부탁한다. 그러다 힘들게 전화 했는데 받지 않아요.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도 있고. 항상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고려장이나 마찬가지지 뭐예요. 전화를 아예 안 받으니까.”
슬하에 4녀를 둔 80세 할아버지는 이렇게 한탄한다. 
 
이용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5월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의료급여환자의 요양병원 이용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인터뷰에 응한 요양병원 간호사(63)는 “너무 병원에 오래 있다 보면 집에 가고 싶은 경우가 있다. 자식만 있는 경우에는 잘 안 모셔간다”고 말했다.
 김정선 교수 인터뷰에 응한 92세 할머니는 "여기(요양병원)서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300병상)에서 월 1~2명이 숨지고 3~6명이 임종에 임박해서 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다. 이 병원 김선태 원장은 "지방의 요양병원의 경우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회적 입원이 곧 '신고려장'일까. 
김정선 교수는 "사회적 입원 환자는 자녀가 잘 살든 못 살든 돌아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은 병원비를 부담할 테니 집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연락이 안 되는 자녀가 꽤 많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환자의 병이 악화돼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하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002년 70.7%에서 지난해 30.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9.6%에서 18.6%로 늘었다. 가족·정부·사회를 꼽은 사람도 18.2%에서 45.5%로 늘었다. 김정선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 입원 환자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세태 변화가 '사회적 입원=신고려장'을 야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부모를 모시려는 봉양 의식이 붕괴되고 있다. 정서적·경제적 이유로 점점 부모를 모시기 어려워진다. 요양병원에 사회적 입원을 하게 되면 다시 자녀들과 같이 살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서 교수는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일자리·연금 등을 강화해 노인이 경제력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자녀가 집에서 노부모를 모시기는 힘들고 경제적 부담 능력이 있으면 요양병원에 사회적 입원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어카에 폐지와 폐품 등 재활용품을 가득 싣고 힘겹게 걸어가는 노인. '신고려장'으로 불리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려면 노인이 경제력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리어카에 폐지와 폐품 등 재활용품을 가득 싣고 힘겹게 걸어가는 노인. '신고려장'으로 불리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려면 노인이 경제력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하지만 신고려장이라고 비판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있다. 자녀와 같이 살겠다는 노인도 줄고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19.1%만이 자녀와 같이 살기를 바란다. 2011년 27.6%에서 꽤 줄었다. 
사회적 입원 들여다보니...
김근홍(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노년학회 회장은 "노인들도 자녀한테 얹혀 사는 걸 원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데다 자녀의 부양 의식도 흐려지고 부모를 모실 여건이 안 좋아졌다.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다 지쳐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자식이 모시길 기대하지만 그리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자식이 부모를 모신 요양병원 가까이에 살면서 자주 방문하고, 음식이나 건강상태 등을 살피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부모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