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미인의 완성은 굳이 야수에게 안기지 않아도 가능한 걸로!!

기자
이영주 사진 이영주
Tale as old as time/True as it can be ~
노래가 시작되면, 어디선가 괴물 품에 안겨 춤을 추는 노란 드레스의 Belle가 나타날 것만 같다. 디즈니 만화로 히트를 치더니, 올해는 해리의 친구로 기억하는 엠마왓슨이 다시 노오란 드레스를 척 걸쳐 입고 Belle로 등장한 영화가 다시 야수와의 사랑 얘기로 찾아왔었다. 그러니 뭐 안 봐줄 수가 없는 거다.

원작은 18세기에 쓰여진 프랑스의 fairy tale이다. 원작의 Belle는 디즈니 출신의 노오란 드레스 아가씨보다 더더 평범한 처자로 그려진다. 신데렐라처럼 못된 언니들이 득시글 거리는 집안의 순종적이고 착해빠지고, 그래서 짜증나게 무기력한 막내 딸. 그러나 디즈니 출신 노오란 드레스의 Belle는 책벌레이고, 특이하고 자존감 강한 예쁘고 당찬 아가씨다. 아마 각자는 탄생한 시기가 특별히 총애했던 여성상을 바탕으로 태어났을 거다. 에… 그니까… 이건,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에게 해 주는 빤한 얘기에도 변하고 있는 여성상이 그대로 옮겨진다는 얘기고… 책벌레에 자존감 강한 Belle를 상상하며 잠을 청했던 애들에게, 여자 주인공의 원형은 자존감 강한 똑똑한 여자의 모습일 거란 얘기다. 에… 또… 어린 시절, 잠이 반쯤 든 가수면 상태에서, 세포 하나하나에 스스르 스며들었던 여성의 이미지는 그 아이가 살아가는 내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거란 건 아주 당연할 테고…. 에… 또… 그게 바로 호환마마보다 더 쎄고 무섭다는 스토리의 힘일 것이고 말이다.

Belle는,
동네 여자들이 침 흘리며 바라만 보는 Gaston의 구애에도 끔쩍하지 않았고,
뛰어난 비주얼, 간판? 이런 거에 목숨 거는 다수의 다른 언니들을 무시해서 였는지? 그 언니들과 놀지 않는 외톨이 아가씨였고,
이것저것 다 없기만 한 자신의 현실 세상보단, 저쪽 책 세상에 빠져 있느라, 늘 책을 끼고 살았고,
집안 배경 같은 게 너무 없어 잘 살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이쪽 세상에서 궁상맞게 사는 것보단, 사랑이었는지 뭐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이 더 빛날 수 있어 보이는 저쪽 비현실의 세상을 택한 아가씨인데,
그니까… 비현실의 이상한? 세상이긴 하지만,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겠다를 직접 선택했고,
이유 또한 잘 모르겠지만 (외모를 초월한 진정한 사랑 때문에 라고 알려져 있다!!!) 어쨌든 스스로 남편도 선택 한, 당차고 똘똘한 아가씨지~~??

물론, 나 Belle는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 이다,가 아닌 누구의 아내,가 되기를 택한 게 전부이고, 그녀의 남 다른? 독립성과 용기가 가져온 결론은 야수의 아내가 되어 성에 살겠다를 결정한 게 다였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애들은 부려 보지 못한 용기를 부린 탓에, 마법은 풀리고, 그녀는 외모 출중한 왕자의 왕비가 되는 뜻하지 않던 복까지 보너스로 받게 된다. 결국 이 당차고 똘똘한 아가씨의 인생에 찾아 오는 가장 큰 행운은 잘 생기고 갖은 거 많은 사람과의 행복한 결혼인 거였다.

쩝!!! 잘 나가다 이게 뭐냐!!! 싶어진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난 Belle 와는 무지 많은 변화를 이루어 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디즈니 출신의 Belle도 여자의 행복을 행복한 결혼이라고 말하는 데 온 힘을 다 하느라, 자신은 어떤 일에 얼만큼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인지를 말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현재의 Belle를 만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녀는 예쁘고 똑똑하고 용기 있게 야수 남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왕비가 되는 행운을 거머쥔 운빨 좋은 아가씨 정도로 기억될 거다. 사실,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거기서부터가 시작인지 몰라서, 노오란 드레스를 벗고 어떤 옷을 입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주구장창 오랜 시간을 나름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아가는지가 더 궁금한데 말이다.

에~~, 내 나이 스물 남짓 한 때부터 그 후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여성 하면 세트로 따라오는 이슈들은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물론 자세한 속 얘긴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큰 틀에서 보자면 과연 변한 게 있기는 한 건가 하는 긴 한숨과 자조 섞인 빈정거림이 올라온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 남다른 머리와 열정을 가져야 하고,
게다, 같은 조건이라면 남자가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는 거니, 그런 남자와 같은 선상에서 뽑히기 위해선 분명 몇 배의 노력을 더 해야만 하고,
근데, 여자니 예쁘고 상냥하고 덤으로 따라오는 애교는 기본 장착품 이어야 하고,
늘 뛰다시피 살다가도 어느 날 남자와 함께 살게 되면, 그와 아이를 위해 그동안 내가 바쳐온 열정과 노력은 눈물을 삼키며 포기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자상한 얼굴로 ‘엄마니까!’ ‘아내니까!’를 되뇌며 참아야 하고,
82년생 김지영씨가 바둥거리며 산 모습이 그녀보다 나이 많은 내가 일하고, 공부하고, 아이 키우며 살아온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는 걸 보니, 세상이 별로 변하지 않았단 소리일 거다.

와~ 지친다~
그래서 말이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지만, 가끔은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여학생들에게 이런 얘길 뱉어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Belle처럼 사는 게 장땡이란다. 일단은 좀 똑똑하고 자기 주장도 있는 여자 아이로 자라야겠지? 너무 남자만 보고 사는 여자는 없어 보이고, 그래야 쫌 괜찮은 남자들에게 도전의 가치가 충분한 여자로 보이지 않겠어? 근데, 일단 남자를 잘 잡고 나면 Belle로 사는 거지. 성의 안주인이 되고 남자의 지위와 재력에 업혀가는 거야. 그러니, 결혼을 너의 최대 과제로 삼고 신중하게 잘 풀어야 한단다. 그 순간의 선택은 진짜 네 평생을 좌우하거든.

휴~우~ 아직은 입 밖으로 내 본적 없지만, 진심으로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부끄러운 얘기.

얘기를 조금 바꾸면 어떨까!! 사실 Belle는 예쁜 여배우 덕분에 예쁜 아이로 보이지만, 그냥 평범한 아이란다. 책을 많이 읽어 남들보단 상상력도 풍부하고 논리력도 있다는 차이가 쫌 있지만, 다른 여자 애들하고 크게 다른 될성부른 나무였다고는 할 수 없어. 근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야수에게 붙잡혀 같은 공간에서 동거를 하게 된 거지. 진짜 죽게 무서웠을 거야. 언제 야수의 공격을 받을 지 몰라 몸 한번 펴지 못하고 살았을 텐데, 그래도 강한 정신력이 있었으니 두려움에 미치지 않고 버틴 거겠지? 무조건 버틴거지!!! 근데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아주 손톱만큼씩 야수의 수줍어하는 모습이나 쫌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포착된 거지. 그러다 보니 잔뜩 움츠리고 겁만 먹었던 이 여자 아이도 야수와 정이 들었던 거고 그러다 보니 결혼까지 한 거야. 그니까, 이건 아주 자연스럽게 발전한 남녀간의 감정 같은 거지, 징그럽고 무섭게 생긴 야수마저 사랑한 위대하고 진정한 사랑의 힘?? 이런 거창한 얘기가 아니었지. 근데, 결혼을 하고 보니, 야수는 원래 왕자였다는 구나. 휴~ 아주 드물게 이런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이 있기도 해!!! 근데, 그건 아주 드물어서 보통 내게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거 알지?
그 후엔 말이다. Belle도 왕자도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산단다. 대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싸우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이 잘 안돼서 심하게 고생을 하기도 하고, 아이 키우기 힘들어 내가 왜 이런 삶을 택했을까 후회하기도 하면서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러니까, 결론은 Belle가 왕자님 품에 안겨 춤을 춘 그 장면에서 인생은 결코 happily ever after로 끝난 게 아니라, 너희 엄마처럼 또 아빠처럼 일상에서 애쓰며 힘들고 피곤하면서도 또 아주 쬐금씩 웃으면서 살게 될 거란 거지… 그러니 노오란 드레스와 우아한 왈츠에 빠져서 그게 끝일 거라 생각해선 안된다는 거야. 알겠니? 한번쯤 노오란 드레스를 입었어도, 그 드레스를 벗고 나선, 김지영씨처럼 악전고투 하며 살다 너무 우울하고 억울해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올 수도 있고, 그래도 또 계속 살아야 하니 어느 순간 일어나서 아이도 가정도 내 삶도 억척스럽게 꾸려가야 하는 거고… 알겠니?

그저 예쁘게 읽고 넘어가면 될 fairy tale 하나를 이렇게 까지 지지리 궁상의 사는 얘기로 둔갑시킬 필요까지 있나 싶지만, 또 한편으론 디즈니 세상의 공주가 최종 목표가 되는 얘기 같은 건 아예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주도 평범한 아가씨도 진심으로 마음을 열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와 함께 지금 걷고 있는 그 길을 걷는 게 답이고, 또 그건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긴 미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거, 그 이후에도 사소하고, 지루하고, 피곤하면서 또 즐거운 일상을 즐겁고 힘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거…. 이런 얘기가 아이들 눈에 맞게 재미나게 그려지고…. 그래서,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이 그런걸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

디즈니 출신 Belle는 자신의 운명, 자유를 스스로 선택한 독립적인 여성이라고 하지만, 그녀에게도 갈 길은 아직 너무나 먼 것처럼 보인다. 이건 뭐, 거창하게 페미니즘 같은 단어를 빌어 올 필요 전혀 없는 내가 사는 세상의 아주 평범한 이슈일 뿐이다. 내가 남자여도 내 짝은 보통 여자일테고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난 남자지만 또 내 딸아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갈 테니, 어차피 딱 누구누구의 문제라고 완벽 분리가 불가능한, 온통 내 문제인 거다!!! 그러니 껴안고 살며 작게작게라도 풀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혹은 내 아내가, 내 딸이 살다가 김지영씨처럼 해리성 장애인지 뭔지 확실치 않은 그런 질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거고, 그래야 또 나도 그들도 행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노오란 드레스의 Belle가 왕자의 품 속에 포~옥 안겨 그 뒤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손을 잡고 걷는 그림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세상에선, 이런 오만잡다한 이슈들이 좀더 자연스럽게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야말로 fairy tale다운 생각을 해 본다.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