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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열풍

기자
유지훈 사진 유지훈


자기계발서의 열풍을 일으킨 스펜서 존스 사망 기사를 읽고 몇 자 쓴다.

 “로고에 화살표가 보이는가?”
“아니오.”
“대문자 ‘E’와 소문자 ‘x’ 사이를 봐라.”
“오, 보인다!”

 

처녀작은 경영서였지만, 그 후로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번역해왔다. 애당초 읽어본 일이 별로 없었기에 얼마 후에야 감이 왔다.
 
‘자기계발서가 이런 거구나.’
 
자기계발서에는 경계가 딱히 없는 듯했다. ‘처세’만 자기계발인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 경영과 심리관련 서적이 자기계발서로 비쳐지는가 하면 인문과 스포츠까지 아우르니 그 범위는 실로 무궁무진한 것 같다. 알다시피 자기계발의 핵심은 ‘생각과 행동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계발서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음에도 자기계발이 안 되는 이유는 행동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 탓일 공산이 크다.
 
저자가 간혹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해서 답답할 때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계발은커녕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독자가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그 책을 옮겨야 하는 번역가는? 실소가 난다.
 
예컨대, 어느 저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리면 그대로 된다면서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더니 결국에는 실현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설득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믿음대로 책은 출간됐지만 졸작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독’과 ‘다작’ 및 ‘다상량’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글을 쓰니 양서가 나올 리 없지 않은가. 책이야 원고와 돈만 있으면 제 지갑을 털어서라도 펴낼 수 있는 것이다.
 
식상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서평을 읽어보라. 출판사는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책을 줘가며 서평 이벤트를 벌인다. 그럼에도 식상하다는 독자의 아우성은 뒤로한 채 ‘그 나물에 그 밥’인 자기계발서는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페덱스(Fedex)의 로고에서 보이지 않는 화살표를 발견하듯 일상에 숨겨진 진리를 찾아낼 수 있는 자기계발서가 출판시장을 장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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