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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세계적 실용기술 대학 꿈, 한국사까지 100% 영어 강의

정무영 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총장은 “연구가 실험실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UNIST 설립에 투자된 국비 1조1000억원은 갚아야 할 빚이라고 말했다. [사진 울산과기원]

정무영 총장은 “연구가 실험실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UNIST 설립에 투자된 국비 1조1000억원은 갚아야 할 빚이라고 말했다. [사진 울산과기원]

개교 8년 만에 연구실적 국내 1위, 세계 36위에 오른 국내 대학이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가에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이 대학에서는 ‘별나라’ 얘기다. 입학정원과 국제화 실적을 채우기 위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학생’은 단 1명도 없다. 그럼에도 학생과 교수 모두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다. 캠퍼스의 공식 언어는 영어다.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심지어 한국사까지. 100% 영어 강의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울산 태화강 상류, 언양 산기슭에 자리 잡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얘기다.
 
지난 7일 울산 UNIST 캠퍼스를 방문했다. 농업용으로 쓰였던 가막저수지를 가운데 품고 들어선 캠퍼스는 해발 200~300m 안팎의 야트막한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아늑했다.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니 첨단 소재 연구관, 줄기세포 연구관, 2차전지 연구개발(R&D)센터 등이 죽 늘어서 있다. 대학 캠퍼스라기보다 기업 종합기술연구원 같은 분위기다.
 
정무영(68) 총장에게 “학교가 기업 연구소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더니 ‘역시나’였다. 그는 “그러잖아도 총장이 연구실적의 사업화를 몰아치듯 요구하니 교수들이 ‘총장이 기업 CEO(최고경영자) 같다’고 불평을 한다”고 답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정 총장은 백발에 붉은 낯빛과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호랑이상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교 10년도 안 된 신생 대학인데 연구실적 국내 1위, 세계 36위에 오른 비결이 뭔가(2017년 라이덴 랭킹. 대학의 연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논문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계대학평가).
“교수의 테뉴어(영년직) 심사 기준이 국내에서 제일 높을 것이다. 교수 임용 7년 내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중 상위 7% 안에 드는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테뉴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UNIST는 신생 대학이라 교수의 평균 나이가 42.5세에 불과하다. 또 전체 교수의 절반이 테뉴어 심사를 앞두고 있어 연구성과에 목을 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도 하다.)
 
언론에 알려진 연구성과도 많다. 이공계 대학 발표자료 중 UNIST가 압도적인데.
“실용을 강조하는 학풍 때문인 것 같다. 기업이 스스로 찾아오는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덕분에 요즘 기업들이 학교를 많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결과다. 원천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수출에 기여하자고 교수들을 설득하고 있다. 바닷물을 이용한 2차전지인 해수 배터리는 이미 세계 1위의 기술이다. 교수들에게 해수 배터리로 성과를 보여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이 해수 배터리 연구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저는 주위에 저를 ‘대학의 기업가’로 불러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교수에게 이런 걸 요구하는 건 아니다. 공학을 하는 교수에게 하는 주문이다. 사이언스(과학)를 하는 교수들은 간섭하지 않는다.”
 
울산 태화강 상류에 자리한 울산과기원 전경.

울산 태화강 상류에 자리한 울산과기원 전경.

UNIST가 ‘한국판 난양(南洋)공대’란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잖아도 그 사람들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는 학부는 미국 올린공대, 연구는 MIT, 산학 협력은 조지아텍, 글로벌화는 홍콩과기대를 최종 롤모델로 하고 있다.”(싱가포르의 난양공대는 1991년 개교한 신생 대학이지만 세계대학평가(QS)에서 지난해 13위, 올해 아시아권 평가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실용적 학풍과 뛰어난 연구실적, 높은 국제화가 그 비결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싱가포르다 보니 당연히 영어가 주 언어인 덕분이지만 외국인 교수 비율 70%, 외국인 학생 비율이 54%에 이른다.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인재가 몰려들고, 이게 다시 연구실적 등의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국내 유일하게 100% 영어 강의를 한다고 들었다. 잘되나. 왜 영어 강의를 하나.
"영어는 세계 과학기술 분야의 공식 언어다.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영어를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려 해도 영어 환경이 중요하다. 한때 영어 강의 논란이 있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영어 강의를 고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신생 대학만의 장점도 있다. 교수 임용 때도 영어 강의를 전제로 뽑았다. 거부감이 없는 이유다. 우린 한국사도 외국인 교수가 영어로 가르친다.”
 
한국사를 왜 영어로 강의하나.
"학생들이 국제무대에 섰을 때 우리의 역사를 외국인들에게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대학이 되려면 좋은 연구환경도 중요하지만 좋은 학생이 들어와야 한다. 어떤가.
"전국 고교 졸업생 수능 성적 상위 2%의 학생들이 주로 들어온다.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의 비율이 30%가량이다. 과기대 시절에는 입학정원이 750명이었는데 2015년 과기원으로 전환되면서 정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까지는 정원의 10%를 정시로 뽑았지만 올해부터는 전부 수시로 뽑는다.”(UNIST는 2009년 국내 대학법인 1호 과학기술대학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대학으로, 2015년 출연연 기능이 더해진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했다. 덕분에 국가 연구개발 과제 수행과 함께 학생 등록금 등의 면제 혜택도 주어졌다.)
 
대학 발전의 비결이 뭔가.
"자율이라고 생각한다. UNIST는 운이 좋았다. 울산과기대 시절 국립대학 법인화 1호라 교육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게 많았다. 과기원으로 전환되면서 공공기관인 출연연으로 묶여 규제가 좀 더 많아지긴 했지만 미래부 산하라는 장점 덕분에 입시제도와 교수 채용이 훨씬 자유로워진 점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2009년 울산과학기술대학으로 개교. 국립대학법인 1호
2013년 정부 조직 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배치
2015년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
기초과학연구원(IBS) 캠퍼스 연구단 3개 유치
교수 300명, 재학생 4328명(학부생 2881명)
정무영 총장
1949년 대구생(生)
서울대 항공공학과
미국 캔자스주립대 산업공학 석·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2008년)
울산과학기술원 부총장(2009~2015년)
 
울산=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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