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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문재인 대통령이 둔 '인사 복기'와 12년만의 '자가당착'

 공격적인 바둑으로 ‘전신(戰神)’으로 불린 조훈현 9단은 한 인터뷰에서 “복기(復棋)를 잘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훈현 9단은 언론 인터뷰에서 "복기를 잘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훈현 9단은 언론 인터뷰에서 "복기를 잘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마 바둑 4단의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저서 『운명』에서 “참여정부 5년에 대한 복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선 기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으로 직접 국정운영을 해본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바둑판이 아닌 정치판에선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노무현정부의 최대 실패사례로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인사를 꼽았다. 2005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임명했다. 인사청문회가 없던 시절이다. 임명과 동시에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 과다 사용, 사외이사 겸직, 장남의 병역기피 등 사실 등이 쏟아져나왔다. 사흘만에 사퇴했다. 이 사건은 도덕성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에 치명상을 안겼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시민사회수석이었다. 그의 책에는 “그분의 흠결을 검증과정에서 몰랐던 게 아니었다. 다 확인해 놓고도 부적격 사유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적었다. 또 “비서실장이 잘 아는 분이고 추천하다시피하니 다들 (흠결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간과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대목도 나온다. “하필 그 결정을 하는 인사추천회의에 내가 빠졌다. 안타까웠던 것은 내가 참석했으면 반대했을 거란 점이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는 기술이다. 
청와대는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인사권은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신성한 권한"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인사권은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신성한 권한"이라고 일축했다.

 12년 뒤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것으로 검증 과정에서 파악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실상 음주운전 정도의 흠결은 그냥 넘어가달라는 요청이었다.
 장관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12년 전 청와대 수석일 때는 흠결이 발견된 인사에 대한 임명에 반대했을 거라던 문 대통령은 이번엔 스스로 사실상 지시에 가까운 ‘찬성’했다는 뜻이다.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대선 재수’를 기획한 ‘심천회(心天會)’의 핵심 인사다. 이기준 부총리의 임명 과정에서 김우식 당시 비서실장의 추천이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엔 대통령과의 친분이 영향을 줬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같은 이유로 스스로 음주운전 사실을 밝혔던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고도 끝까지 숨기려고 했던 ‘허위 혼인신고’ 사실이 들통나면서 낙마했다. 
 또 다른 관점의 복기도 필요하다.
 2005년 ‘이기준 파동’ 직후 노 전 대통령은 수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나에게 있다”는 말을 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은 “후속 조치가 이전 정부와 달라야 한다. 인사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인사수석은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답했다. 그리곤 김우식 실장을 포함한 참모 전원이 사표를 냈고 이중 민정ㆍ인사 수석의 사표가 수리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인사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밝혔던 인사원칙에 위배된 인사들도 상당수 임명됐다.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으니 유감 표명도 나오지 않았다. 유일한 대응책은 노무현 정부 때 가동했던 인사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하는 수준이었다. 정실 인사가 아닌 시스템 인사를 하겠다는 뒤늦은 반성이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이 만사가 아님을 알고 있다. 자신의 책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우면 시스템은 금방 무력화된다”고 쓰지 않았나. 결국 인사 난맥상을 해결한 유일한 해법은 문 대통령의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또 다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는 일을 스스로 경계하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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