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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유라 '돌발 출석' 전말 "…홀로 남겨질 아들 어떻게 하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는 지난 11일 변호인단을 통해 다음날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씨는 예상을 깨고 재판에 출석했다. 정씨가 생각을 바꿔 재판에 참석한 이유는 뭘까. 재판 당일인 12일 새벽 2시부터 정씨 곁에 머물렀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정씨는 변호인단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기 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에 증인 출석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변호인단이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정씨가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를 전해들은 특검팀 측에서 11일 정씨에게 전화를 했고 정씨는 “변호인이 만류해 고민이 된다. 불출석은 내 온전한 의사는 아니었고 제출은 변호인단에서 한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다. 12일 새벽, 정씨가 특검팀 측에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변호인단이 제공한 CCTV 영상 캡처. 지난 12일 새벽 정유라씨가 집에서 나와 특검 측이 제공한 차량에 다가가고 있다. [최순실씨 변호인단 제공]

 최순실씨 변호인단이 제공한 CCTV 영상 캡처. 지난 12일 새벽 정유라씨가 집에서 나와 특검 측이 제공한 차량에 다가가고 있다. [최순실씨 변호인단 제공]

정씨의 급작스러운 연락에 공무 차량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특검팀은 사무실에 있던 파견 검사 개인 차량을 동원해 정씨의 집으로 출발했다. 정씨는 거처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나와 새벽 2시 6분쯤 차량에 탑승했다. 
 
2시 11분쯤 압구정 초등학교 인근을 지날 무렵 정씨는 ”증인 출석에 신분증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었다. 특검팀 관계자가 “그렇다”고 말하자 정씨는 “집에 신분증을 놓고 왔는데, 다른 걸로 대체가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재판부에 본인이 정유라 임을 확인하기 위해선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정씨는 “차를 돌려주면 집에서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차를 돌려 다시 자택으로 돌아갔고 정씨는 서둘러 집에 들어가 신분증을 가지고 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정씨는 특검팀 관계자들에게 비교적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이제 주변엔 나를 도와주고 지원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변호인 측과의 관계가 ‘어린 손녀와 할아버지’ 같아서 부담스럽고 종종 변호인과의 관계에 압박감을 느낀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정씨가 가장 걱정했던 건 아들 문제였다. 정씨는 파견 검사 차량에 탑승한 직후부터 “아들이 너무 걱정된다. 내가 잘못되면 홀로 남겨질 아들을 누가 챙길지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씨는 변호인에게 출석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줄곧 고민했다. 정씨는 오전 8시 19분쯤 “변호인에게 사실은 알리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변호인에게 출석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직접 휴대폰 전원을 껐다.
 
정씨는 특검팀 관계자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꺼냈다. “내가 불출석을 고집한다고 해도 구인영장이 집행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안다”,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절차를 무시하는 게 나에게 유리하지 않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씨는 12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에 출석했다. 정씨는 말 비타나V 등을 다른 말로 교환했다는 ‘말 세탁’ 의혹에 대해 “삼성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 교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삼성 측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이었다. 정씨는 “삼성 측은 ‘말 교환을 최씨가 독단적으로 했고 이를 알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고 한다”는 특검 측 질문에 “엄마로부터 ‘삼성이 바꾸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말 교환을) 모를 수 있었는지 더 의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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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에게 ‘나만 삼성 지원을 받는 거냐’고 물으니 ‘그냥 조용히 있어. 때가 되면 (다른 선수들도) 오겠지. 왜 계속 물어보냐’며 화를 낸 사실이 있냐”는 질문엔 “그렇다. 엄마가 ‘다른 선수가 오기 전에 삼성에서 너만 지원해 준다고 소문나면 시끄러워진다’고 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정유라는 승마 지원 관련 각종 계약체결과 협상을 잘몰랐고 이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오태희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정씨의 행동은 살모사(殺母蛇)와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정씨의 재판 증언은 직접 경험이 아닌 타인에게 들은 말을 전하는 ‘전문(傳聞) 진술’이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씨 측 변호인단은 13일 정씨가 특검의 차량에 탑승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변호인단은 “정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점을 이용해 특검이 회유하거나 압박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오전 8시19분에 변호인 측에 재판 사실을 알렸다는 것에 대해선 “10시23분쯤 정씨로부터 문자가 온 게 전부다. 예약 발송인지, 통신 사정 때문인지 모르지만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씨로부터 재판 참석 의사를 전달 받고 출석에 도움을 줬을 뿐 회유는 없었다. 오전 10시 23분은 이미 재판이 시작된 뒤다. 변호인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14일 정유라씨가 지난 12일 변호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정씨는 문자메시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영수 특검팀 제공]

특검팀은 14일 정유라씨가 지난 12일 변호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정씨는 문자메시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영수 특검팀 제공]

 
특검팀은 정씨 변호인 측의 '회유 논란'이 계속되자 14일 정씨가 12일 변호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특검 측은 "정씨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시간은 오전 8시 19분으로 특검 관계자가 10시 23분 정씨인 것처럼 위장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의로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음에도 당사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언론에 사실과 다른 (회유) 내용을 발표하는 건 중대한 사법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손국희ㆍ김선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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