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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추미애의 ‘자기 정치’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추미애의 국민의당 때리기는 ‘고도로 계산된 기획의 산물’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의 분석은 다르다. 라디오 인터뷰 도중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별생각 없이 ‘머리 자르기’란 말을 뱉은 것 같다는 거다. 그런데 이 말이 문재인 열혈 지지층(속칭 ‘문빠’: 이 칼럼에선 ‘문팬’으로 순화해 표기)에게 인기를 모으자 추미애가 연일 발언 수위를 높여갔다는 것이다.
 
추미애는 주가가 올라 좋겠지만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는다. 요즘 청와대의 최우선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 0순위인 추경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병헌 정무수석은 국민의당 지도부를 붙잡고 ‘캡사이신 소주’까지 마셔가며 설득한 끝에 “추경은 다른 문제(인사)와 연계하지 않고 처리해 주겠다”는 내락을 얻어냈다. 그런데 그 직후 추미애가 험한 말로 국민의당 맹공에 나선 것이다. 격분한 국민의당은 “‘추’자가 들어간 건 무조건 안 된다”며 돌아섰다. 청와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결국 청와대와 추미애는 지난 7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동에서 정면충돌했다. 청와대 쪽이 “집권당 대표는 야당을 다독이는 것도 책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추미애는 “집권당 대표로서 법과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협상은 원내대표가 할 일”이라고 맞받았다. 청와대가 뭐라 하건 말건 내 갈 길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옆에 있던 우원식은 냉가슴만 앓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말도 잘 섞지 않는 사이라고 한다).
 
대통령 임기 초반, 청와대에 힘이 실릴 때 집권당 대표는 찬밥이다. 박근혜 정부 때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은 그런 굴욕을 감내했다. 대통령이 가진 30%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식해 튀는 행동을 자제한 것이다. 하지만 추미애는 다르다. 이유가 있다. 김무성은 청와대와 조금만 다른 소리를 내도 ‘박사모’(박근혜 열혈 지지층)들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추미애는 문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괴롭히는 추미애의 엇박자 발언들이 문팬들의 환호를 받는 아이러니가 희한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는 민주당 경선은 문팬들이 미는 후보가 싹쓸이한다는 걸 체험으로 깨달은 듯하다”며 “그래서 청와대에는 ‘나를 무시하면 재미 없다’는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문팬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신의 한 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5선에 오른 추미애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설이 파다하다. 청와대에 밀렸던 대표로서의 권위도 되찾고, 내년봄 서울시장 경선에서 자신을 밀어줄 지지층도 확보하려는 계산에서 국민의당 때리기에 올인했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 정치’를 한다. 추 대표의 행동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 줄 여지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시절 틈만 나면 “여당이 청와대 거수기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해 온 당이다. 바로 그 당의 대표가 연일 대통령 핵심 지지층 입맛에 맞는 발언을 이어가고, 그걸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발언이 정작 대통령 뜻과는 어긋나는 모순도 외면한다. 이것은 청와대와 야당 사이를 중재하며 협치를 끌어내야 할 여당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
 
문팬들도 반성해야 한다. 문재인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국민의당 때리는 맛에 넘어가 문재인의 발목을 잡는 추미애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리더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가 그 리더십에 해악을 끼치는 전형적인 사례다. 정말 문재인을 사랑한다면 추미애를 말려 국민의당 때리기를 중단시켜야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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