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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도 힘든데 아내·엄마 노릇은 어떻게 … 병원이 낫죠”

병원이 집인 사람들 <하>
한 암 전문 요양병원 복도의 빨래건조대에 환자복과 함께 개인 빨래가 가득 널려 있다. 장진영 기자

한 암 전문 요양병원 복도의 빨래건조대에 환자복과 함께 개인 빨래가 가득 널려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백세요양병원. 3층 건물 80병상에 암 환자가 거의 다 찼다. 대부분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들이라 간병인은 필요 없다.
 
병원 복도에는 창이 크게 나 있고 여기저기에 화분이 놓였다. 창틀에 운동화가 있고, 빨래건조대에 수건·속옷 등이 널려 있었다. 바닥에 마루가 깔려 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마치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침대 옆에는 서랍장이 있고 책·영양제 등 소지품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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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암 발생이 증가하면서 가족이 암 환자를 돌보기 힘들게 되자 요양병원이 빈틈을 메우고 있다. 13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입원 환자 중 ‘신체기능저하군’의 비율이 100%인 요양병원은 5곳이다. 여기에 입원한 사람은 모두 암 환자였다. 요양병원 환자는 의료 필요도에 따라 최고도-고도-중도 등 7개 그룹으로 분류하는데 신체기능저하군은 가장 낮은 그룹이다. 혼자 거동할 수 있고 외래진료를 받아도 무방한 환자란 뜻이다.
 
이 비율이 94~97%인 5개 요양병원 중 3개도 암 전문병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암 요양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암 전문 요양병원 환자 중 유씨처럼 입원 기간이 6개월이 넘은 ‘사회적 입원’ 환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안형식 고려대(예방의학) 의대 교수의 요양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는 4만4617명이다. 이 중 여성이 57%로 더 많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4.1%로 가장 많고 다음이 70대다. 여성 암 환자는 그해 389만원을 진료비로 냈다. 환자의 절반이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여성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동기는 남성과 다르다.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여성 암 환자는 집에 가더라도 엄마·아내·며느리 역할을 해야 한다. 권오일 백세요양병원 기획이사는 “여성 암 환자는 큰 병원에서 수술 끝나고 집에 가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해야 한다”며 “항암치료를 할 경우 자기가 밥해 먹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경우 몸 상태가 극도로 저하된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하기도 한다. 이런 게 집에서는 관리가 안 돼 요양병원을 찾는다. 입원 상태에서 큰 병원의 외래 환자로 가서 항암 치료를 받기도 한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강북의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머리에 모자·두건 등을 쓴 여성 암 환자 3명이 걸어나왔다. 사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다. 1년째 입원 중인 유방암 환자(57)는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운동 삼아 걸어간다”고 말했다. 왕복 한 시간을 걷는다. 해가 저물어 더위가 한풀 꺾이자 뒷산으로 산책 가는 환자가 많았다. 6개월째 입원 중인 다른 유방암 환자(55)는 환자복을 입은 채 세차를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직접 해도 되나요?”(기자)
 
“쉽게 피로해지지만 일상 활동은 다 할 수 있어요. 병원(항암 치료) 갈 때 차를 운전해서 가요.”(환자)
 
암 환자는 집에서 갑자기 위험상황이 닥치는 걸 두려워한다. 폐암 환자 정모(63)씨는 3년 입원 후 1년간 퇴원했다가 지난 2월 다시 입원했다. 아침에 안마기를 쓰고 등산하고 저녁에는 개인 운동을 한다. 그는 “집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위급상황이 닥칠 수 있어 불안해서 퇴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이 같은 암 환자의 불편을 파고든다. 이런 역할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안형식 고려대 교수는 “요양병원이 불편을 메우는 역할을 하지만 이런 걸 병원이 할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사회적 입원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가정의학) 교수는 “요양병원에 가정 복귀나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허대석 서울대병원(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 일주일은 힘들다”며 “집안일 하면서 자기 일 돌보기도 어려운데 이 기간을 넘길 수 있게 요양병원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있다. 윤영호 교수는 “요양병원이 암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면역 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를 과도하게 해서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암 환자는 건강보험(5%만 본인 부담)에다 실손보험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어떤 환자는 온열 치료 등을 받느라 월 300만원을 지출한다.
 
윤 교수는 “암 환자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려면 수술한 큰 병원의 간호사가 환자 집으로 가서 살펴주는 가정간호 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가정간호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선뜻 늘리지 못하고 있다. 권오일 백세요양병원 이사는 “대학병원이 부속시설을 만들어 암 수술 후 최소한 항암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돌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로날드맥도날드 하우스 같은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병원에 가족이 임시로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에선 양산 부산대병원과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가 함께 10가구를 건립 중이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암 환자는 거의 모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하는데 몸 상태에 따라 분류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입원
혼자 거동을 할 수 있어 외래 진료를 받아도 되는데도 6개월 이상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말한다. 전남대 김정선 교수가 인터뷰한 15명의 환자는 평균 17개월 입원했다. 2013년 감사원이 처음 명명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정종훈·박정렬·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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