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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시 한반도 가상 시나리오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6차 핵실험 강행과 ICBM을 추가로 발사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는 북한의 포격으로 쏜 포탄에 하루 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상전쟁 시나리오까지 보도됐다(뉴욕타임스 7일자). 
 
외신들의 한반도 가상전쟁 시나리오 보도로 서울 등 수도권에선 막연한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신 보도는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북한의 포격으로 수도권에서 하루에만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게 사실일까.
 
 

 

◆북 장사정포에 대량 희생?=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수도권 북쪽에 배치한 장사정포는 300여 문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란 구경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가 주력이다. ‘방사포’는 로켓포 6∼24개를 다발로 엮어놓은 것으로 북한식 표현이다. 한국군에선 ‘다연장포’라고 부른다. 북한이 최근 개발한 300㎜ 방사포는 위력이 월등하지만 아직은 소수다.
 
북한 장사정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포탄이 우리 수도권의 콘크리트 건물의 벽체를 뚫는 관통력이 없다는 점이다. 장사정포 포탄은 표적 지점에 낙하와 동시에 폭발하는데 그때 나오는 파편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용도다. 지하철이나 건물의 지하주차장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거나 붕괴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포탄이 우연히 아파트 창문을 뚫고 들어올 수는 있다. 하지만 아파트 내부의 내력벽은 파괴하지 못하는 게 한계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에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지하철과 지하주차장으로 대피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미처 대피할 여유가 없을 때는 아파트의 안방이나 건물 남쪽으로 몸을 숨기면 된다. 아파트의 안방은 내력벽으로 둘러싸여 포탄 파편으로부터 보호막이 된다. 하지만 창문이 많고 뻥 뚫린 거실은 위험하다. 따라서 북한의 포탄이 날아오면 경보 사이렌과 방송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만 하면 생명 보존엔 문제가 없다.
 
포탄으로 건물 한 개 동을 파괴하려면 수십 발이 명중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명중오차가 300m 이상이어서 특정 표적을 집중적으로 맞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원식(예비역 중장)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우리 수도권은 거대한 콘크리트 방호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커드 등 북한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부분 제거되지만 그래도 생존한 미사일이 날아오면 수도권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에 요격되기 십상이다.
 
전투에서의 인명피해 사례는 전쟁사(戰爭史)에도 잘 나타난다.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에 170여 발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사망자는 3명이었다. 그런데 이 사망자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외부에 노출돼 있는 바람에 포탄의 파편에 희생됐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일반 가옥에 있었던 연평도 주민들 중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북한이 쏜 포탄이 연평도 해병대 부대의 낡은 건물의 얇은 천장을 뚫고 들어오긴 했지만 내부 집기는 거의 파손되지 않았다. 벽이 허물어지지도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독일군이 영국 등으로 3000발의 대형 탄두를 탑재한 V-2 로켓을 발사했지만 민간인과 군인 사망자는 9000명이었다. 대형 로켓 1발에 3명의 사망자를 냈을 뿐이었다. 당시 런던 시내 가옥의 벽체는 철근이 없는 벽돌로 쌓았고 천장은 목조로 된 약한 구조물이었다. 신 전 본부장은 “전투에서 하루에 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려면 수많은 포탄에 근접전까지 진행돼 거의 포위 섬멸전 지경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쟁사에도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북한이 먼저 수도권을 향해 장사정포를 쏘면 우리 군이 불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는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한 발이라도 발사하면 우리 군 대포병레이더가 북한 장사정포의 위치를 금세 찾아내 대응사격을 실시한다. 군 당국은 북한 장사정포에 대비한 ‘대화력전’ 계획에 따라 즉각 대응하도록 돼 있다. 정밀유도가 되는 육군 다연장포와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합동직격탄(JDAM)과 소형 정밀관통탄(SDB) 등으로 북한의 장사정포를 신속하게 제거한다. JDAM과 SDB탄은 유도가 가능한 활강폭탄이다. 군 당국은 2∼3일이면 북한의 장사정포 대부분을 무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 전 본부장은 “앞으로 북한의 장사정포를 10분 이내에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유도폭탄 등 무기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럴 경우 북한의 장사정포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민간인을 무차별로 공격하면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기 때문에 실제론 미군기지 위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전쟁으로 확대?=이와 함께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미국이 북핵·미사일을 제거하는 선제공격을 시행해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국방부에 따르면 1950년의 한국전쟁처럼 전면전이 아니라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는 국지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국전은 당시 소련이 북한에 무기를 공급하고 중국이 뒷받침해준 공산권과 민주진영의 대리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이룩한 중국이 북한에 운명을 걸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국전쟁 직전 한국엔 미군이 철수한 상태였고 그때 한국군은 탱크 한 대도 없었던 빈약한 군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연합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정말 전쟁이 나면 북한군 전투기는 3일 이내에, 함정은 5일 안에 전투에서 대부분 소멸된다는 게 군 내부 평가다. 또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으면 북한은 미사일을 거의 잃게 되고 지휘통제 기능도 상실한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도 제거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압도적인 한·미 연합군에게 질 게 불보듯 하다. 더하여 북한이 보복공격을 전쟁으로 확대하려면 2∼3주의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 이 사이에 국제사회가 전쟁을 막기 위해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국방부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전쟁 불안감이 문제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옵션 가운데 하나인 군사적 수단이 희석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군사안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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