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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 투옥, 중국의 만델라...류샤오보 간암으로 사망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 상태에서 투병 중이던 중국의 민주화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가 13일 끝내 숨을 거뒀다. 61세. 
 
2010년 12월 10일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투르비오른 야글란드가 중국 당국의 불허로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빈 의자에 메달과 증서를 올려놓고 있다. [AP=연합뉴스]

2010년 12월 10일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투르비오른 야글란드가 중국 당국의 불허로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빈 의자에 메달과 증서를 올려놓고 있다. [AP=연합뉴스]

 
류의 마지막 소망이던 해외 치료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에 의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는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순간까지도 중국의 인권 현실을 폭로하는 증인이자 증거물이 됐다.  
 
류는 다섯 차례의 체포·투옥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대한 소신을 꺾지 않아 ‘우리 시대의 만델라’로 불려 왔다. 그의 삶 후반부는 감옥에 갇혀 보낸 세월이 더 길었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출신인 류샤오보는 베이징사범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 현대문학을 가르치며 평론을 발표하던 학자이자 작가였다. 격동의 중국 현대사는 그의 삶이 평탄한 학자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병원에서 민주화운동 동지이자 아내인 류샤와 함께한 류샤오보(왼쪽). [연합뉴스]

병원에서 민주화운동 동지이자 아내인 류샤와 함께한 류샤오보(왼쪽). [연합뉴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을 때 방문학자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그는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귀국해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천안문 사태가 6월 4일의 유혈 진압으로 끝난 뒤 그는 ‘반혁명’의 배후로 지목돼 1년7개월간 투옥됐다. 출소 후 그는 체포와 석방을 반복하면서도 중국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공산당 일당 독재 개혁과 삼권 분립, 언론의 자유 보장 등의 내용에 공감하는 지식인 303명의 서명을 받아 2008년 12월에 발표한 ‘08헌장’이 대표적 사례였다.  
 
당국은 그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붓을 꺾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기소된 그는 11년형을 선고받고 격리됐다. 하지만 그의 ‘부재(不在)’가 가장 울림이 큰 웅변이 되고 가장 날카로운 필봉이 될 줄은 중국 당국도 예상치 못한 바였다. 2010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의 주인공은 류샤오보가 아니라 ‘빈 의자’였다. 전 세계는 주인 없이 수상자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그 빈 의자를 통해 중국의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사이 류샤오보의 육신에 암세포가 자랐다. 당국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된 뒤에야 그를 외부 병원으로 내보냈다. 수감 기간 중 정기검진 등 적절한 건강 관리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항암치료마저 받을 수 없는 단계로 진행된 류샤오보의 병세 자체가 당국의 해명을 부정했다.
 
 
 
류는 간암으로 인한 복막염과 신부전 등 복합 증세를 호소해 왔다. 지난 주말 독일과 미국 의료진이 그를 진찰했으나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된 탓에 치료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의식이 명료했던 류는 의료진에게 “해외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마지막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선양 병원 측은 “안전한 이송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인도적 견지에서 출국을 허락하라고 외교적 압력을 가했으나 중국 당국은 “내정에 관한 일”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가 끝내 선양의 병원에서 사망함에 따라 그를 애도하는 국제사회의 추모 물결과 함께 중국 당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대표는 이날 “중국 정부는 그의 조기 사망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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