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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규제가 다 나쁜 건 아니다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정부 규제의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료주의적 규제가 생산성·사업성·이익·고용률을 악화시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영국에서는 공문서를 묶을 때 빨간 테이프를 썼다. 불필요한 요식(要式)을 뜻하는 ‘레드 테이프(red-tape)’의 어원이다.
 
얼마 전 폴란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규제가 경제의 활력과 부(富)를 앗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서구가 세계의 권력을 쥐게 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개개인적 자유 덕분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지도자 대부분 규제 완화를 중시한다. 내가 한국에서 당장 됐으면 하는 규제 완화는 복잡한 온라인 결제시스템이다. 보안 프로그램을 여러 개 설치하고 몇 번씩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규제까지 뭐라 해선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근래 국내외에서 빚어진 안전불감증 대형 참사를 보면 더 그렇다. 가령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는 과로운전 때문이었다.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의무휴식제를 잘 준수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고층 아파트 화재 또한 방화 규제를 무시한 대가였다. 수년 전 세월호의 비극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 안전이다. 안전 관련 규제를 느슨히 집행하는 정부는 태만한 정부다. 안전규칙을 밥 먹듯 어기는 시민도 반성해야 한다. 개인 욕구를 일정 부분 제한하지 않고 그 많은 사람이 한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정부와 기업은 제대로 의무를 다하는지, 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방금 튀겨 낸 치킨을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이가 헬멧도 쓰지 않고 내달리는데 경찰관들이 수수방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좋은 규제를 무시하면 내 식구와 우리 국민이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험에 빠진다.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문화는 금물이다. 안전규칙을 어기는 개인과 기업, 이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는 공권력에 공동 책임이 있다. 어떤 레드 테이프는 우리를 보호하고 이롭게 한다.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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