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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의 心스틸러] '쌈, 마이웨이'가 남긴 재발견 행렬 #서브커플 #현실연애 #송하윤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남긴 드라마다.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도,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라는 기획의도처럼 미니시리즈에서 원톱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청춘들이 모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일궈냈다. 이나정 연출과 임상춘 작가 역시 공동 연출과 단막극을 제외하고는 처음인 장편 입봉작으로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달달하면서도 짠내나는 신개념 ‘단짠’ 로코도 한몫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심스틸러는 홈쇼핑 콜센터에서 일하는 백설희 역을 맡은 배우 송하윤(31)이다.  
 
#서브 커플의 재발견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주인공 커플보다 더 인기를 모은 안재홍-송하윤 커플. [사진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주인공 커플보다 더 인기를 모은 안재홍-송하윤 커플. [사진 KBS]

통상 미니시리즈에는 기본적으로 남녀 주인공 커플과 이들 옆을 서성이는 서브 커플이 등장한다. 한데 ‘쌈, 마이웨이’의 서브 커플은 여타 드라마와 다르다. 홈쇼핑 대리 김주만(안재홍 분)과 백설희는 격투기 선수 고동만(박서준)과 아나운서 지망생 최애라(김지원 분)와 같은 공간인 남일빌라에 모여 살뿐더러 6년 된 커플로서 고유의 서사를 지닌다.
 
그러다 보니 고동만과 최애라의 연애사를 돕거나 훼방을 놓기보다는 본인들 앞에 놓인 문제를 헤쳐나가기 바쁘다. 시시각각 둘 사이를 치고 들어올 틈을 넘보는 금수저 인턴 장예진(표예진 분)의 대시도 막아내야 하고, 과연 두 사람이 결혼은 할 것인지 걱정하는 부모님의 우려도 이겨내야 하고, 그 와중에 오래된 관계가 빛바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안재홍과 송하윤의 물오른 연기는 현실감을 더한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로 눈도장을 찍은 안재홍은 영화 ‘조작된 도시’와 ‘임금님의 사건수첩’까지 등장하는 신마다 웃음을 유발하는 감초 캐릭터였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사랑하는 여자에게 중간은 해주고 싶었다”고 울먹이는 멜로남이 되었고, ‘내 딸 금사월’에서 죽었다 살아나며 존재감을 발휘했던 송하윤은 구성지게 사투리를 구사하던 애엄마 주오월을 지우고 지고지순한 여인이 되는데 성공했다.  
 
#현실 연애의 재발견  
극중 남자친구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송하윤은 젊은 인턴에게 남친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한다. [사진 KBS]

극중 남자친구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송하윤은 젊은 인턴에게 남친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한다. [사진 KBS]

그간 로맨틱 코미디는 현실 연애에 깊숙이 발을 담그길 두려워했다. 자고로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재벌 아들을 만나거나 이사님 정도는 만나줘야 기본은 할 거라 여긴 탓이다. 하다 못해 요새는 도깨비나 신을 만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장님은 커녕 부장님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김주만 대리님이 ‘과장님’으로 승진은 해야 결혼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핑크공주를 꿈꾸지만 현실은 족발집 딸 핑크돼지인 백설희는 시종일관 화장기 없는 유니폼 차림으로 등장한다. 제 옷 사입을 돈도 아깝지만 남친은 행여 어디 가서 기죽을까 이태리제 가죽가방을 사서 들리고, 6년을 만나고 함께 살고 있지만 회사생활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꾹 참고 또 참는 답답이다. 전작에서는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악을 썼다면, 이번에는 남친이 곧 세상인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위기의 신호들을 못본척하며 속으로 삭힌 것이다.  
 
세상에 저런 여자가 어딨냐고? 의외로 많다. 누군가는 꿈꾸던 직업을 갖기 위해 가열차게 달려가지만 설희처럼 현모양처를 원하고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엄마는 꿈으로 안 쳐주냐”는 설희의 질문은 극중 여러 곳에 유효하다. “20년 동안 안 이뤄졌으면 사랑이 아니냐”는 동만에게도 그렇고, “꿈꾸는 데 마지노선이 있어야 하냐”는 애라에게도 그렇다. 그게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내게 던지는 질문같이 느껴지게 만든 데는 송하윤의 공이 크다.  
 
#송하윤의 재발견
'내 딸 금사월'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는 주오월 역할을 맡아 열연한 송하윤. [사진 MBC]

'내 딸 금사월'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는 주오월 역할을 맡아 열연한 송하윤. [사진 MBC]

'태릉선수촌'에서는 체조선수 마루 역할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MBC]

'태릉선수촌'에서는 체조선수 마루 역할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MBC]

뽀글 머리에 새하얀 피부 덕에 신인배우로 아는 사람도 여럿이지만 송하윤은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로 데뷔한 어엿한 14년차 배우다. ‘논스톱 5’의 극중 이름이기도 했던 김별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너무 어린애 같은 느낌” 때문에 2012년부터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고 보면 ‘태릉선수촌’ 속 왈가닥에 다혈질 체조선수 마루 역은 김별이라는 이름과 꼭 맞았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농구공 같았으니 말이다.
 
오랜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데는 이름뿐만 아니라 욕심을 내려놓은 것도 한 몫 한 듯 하다. “화려하기보다는 솔직해지자”는 마음으로 당시 제안을 받은 어여쁜 로맨틱 코미디 대신 ‘내 딸 금사월’을 택했고, 덕분에 아침드라마 ‘TV소설 그래도 푸르른 날에’에서 닦아온 내공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워내고 채운 덕에 지금의 백설희가 곧 송하윤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해야 하는 역할은 하게 되더라”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오디션 합격 이후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맡게 되면서 물러서야 했지만 그 배우가 다치는 바람에 결국 다시 하게 됐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렇게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면 이제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도 떼고 오롯이 송하윤으로 불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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