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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다름 뒤에 사람 있어요!

홍상지 사회2부 기자

홍상지 사회2부 기자

“누나, 저 사실 게이예요. 3년 사귄 애인도 있어요. 근데 걔가요….”
 
6년 전 한 지인은 ‘지나가듯’ 내게 커밍아웃을 했다. 한창 수다를 떨다 불쑥 튀어나온 그의 고백은 당황스러웠다. ‘애인 있는 건 알았는데 여자가 아니었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지? 다른 이야기로 슬쩍 넘어가야 하나?’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 엉겁결에 내뱉은 말은 지금 돌이켜도 낯뜨겁다.
 
“그런 이야기 막 해도 괜찮아?”
 
그 젊은 친구는 익숙하다는 듯 피식 웃더니 “괜찮지 않을 게 뭐 있나요.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하고 응수했다.
 
1년 뒤 그는 이민을 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은 자연스레 끊어졌다. 하지만 6년 전 그날의 대화는 살면서 종종 떠올랐다. 동성애·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 이슈가 불거질 때 더 그랬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그가 어디에 있든 자신과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길’ 기원했다.
 
다수와 다르다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인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고 부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은 유독 성소수자 문제 앞에서 가로막힌다. 서울광장에서 14일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도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이번 퀴어축제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참가 소식이 알려진 뒤 위원회에 “왜 그런 ‘변태’들 행사에 국가기관까지 나서느냐”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고 한다.
 
내 주위에도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오면 다음과 같은 혐오감부터 드러내는 이들이 적잖다. ‘걔가 나한테 들이대면 어떡해’ ‘에이즈 걸릴까 봐 무서워’ ‘몰라, 어쨌든 거부감 들어’ 등등···. 따지고 보면 나 역시 떳떳하지 못하다. 여성에게는 별생각 없이 “남자친구 있어요?” "어떤 남자가 이상형이에요?”라고 묻고, 남성에게는 그 반대로 질문한다. ‘트랜스젠더 클럽’이 있다는 친구의 얘기엔 “신기한데 한번 구경하러 갈까”라고 반응하곤 한다.
 
지난 8일 영국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사 ‘프라이드 런던 퍼레이드’ 도중에 한 여성 경찰관이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다. 그가 청혼을 수락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다름’ 뒤에는 그렇게 ‘사랑’이 있고 또 ‘사람’이 있다. 6년 전 그날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 친구에게 좀 더 의젓한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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