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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탈원전 정책 논란

중앙일보 <2017년 6월 29일 30면>
탈원전 대안 찾기에 “저의 의심스럽다”니 …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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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8일 ‘저의(底意)가 의심된다’고 응수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석 달간 잠정중단하고 그 존폐를 ‘시민배심원단’에 맡기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비판여론을 겨냥한 것이다. 학계·업계와 현지 주민, 그리고 언론 반응도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그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이 문제(탈원전)에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오히려 다른 저의를 의심케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부터 전력이 부족할 것이다, 자꾸 지적하는 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 한국 사회의 고뇌를 ‘공론의 장’에 올리지 않으려는 뜻 아니냐”고도 했다. 원전 건설 중단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깊이 ‘고뇌’했다는 말도 반복했다.
 
청와대 핵심인사의 이런 속내에 비추어 볼 때 탈원전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비판과 대안 찾기 노력이 이 정권 주요 인사들의 눈엔 ‘적폐 세력의 음모’쯤으로 보이는 듯하다. 해명이라기보다 공세에 가까운 발언을 접하니 탈원전 과속질주에 대한 많은 국민의 스트레스와 ‘고뇌’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원전 건설 중단 조치에 절차적 문제가 많다는 세간의 우려를 당국이 의식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중립적’ 시민배심원단이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 일견 민주적·합리적 절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숱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고 부지 선정, 정부 승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 등 겹겹의 과정을 거친 대역사를 원전에 대한 ‘공론 조사’ 명목으로 석 달간 중단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원전을 밀어준 전 정부가 싫다 해도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무게를 스스로 허문 꼴이다. 일부 학자들은 “정해 놓은 탈원전 루트를 밀어붙이려는 요식행위”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은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더라도 이미 집행한 1조6000억원 공사비, 보상비용 1조원을 더해 총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원전의 건설 및 수명연장 중단으로 인해 기술 생태계와 납품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 우려된다. 수출 유망업종이자 미래 먹거리로 발돋움하던 원전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원자력·석탄 발전 억제정책으로 전력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숙제다.
 
원전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든 국가적 자산이다. 탈원전은 5년 단임 정권 아래서 속도전처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시간과 소통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을 하루빨리 이행하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광장인 국회에서 청문회라도 열어 원전 찬반 진영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 그리고 비전문가 집단인 시민배심원단의 판단에 맡기기엔 ‘에너지 믹스’는 너무도 무거운 국가대사다.
 
한겨레 <2017년 6월 29일 31면>
신고리 원전 시민배심원단 ‘숙의 민주주의’ 보여주길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정부가 울산 울주군의 신고리 5, 6호기 핵발전소 건설공사를 잠정 중단하도록 했다. 공사를 재개할지 백지화할지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갈등 사안을 합리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좋은 의사결정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앞으로 더는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나면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탈핵’의 길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이미 공사를 시작한 신고리 5, 6호기도 대선 후보 시절엔 건설 중단을 공약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건설 계속을 요구하는 이해관계자가 적지 않은 만큼 좀 더 신중히 결정하자는 뜻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공사 속도를 오히려 높였다. ‘매몰비용’을 키워 공사 중단을 어렵게 하자는 계산에서 한 일 같아 씁쓸하다. 결국 정부가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 안에 최종결론을 내기로 했다.
 
신고리 5, 6호기를 계획대로 지으면, 탈핵을 추진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멈추게 되는 시기가 상당히 늦어진다. 신고리 6호기는 2022년 10월에 준공할 예정이고, 설계수명이 60년이나 된다. 더는 원전을 짓지 않더라도 2082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하나라도 가동되는 셈이다. 탈핵의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면, 탈핵 시기도 가능한 한 앞당기는 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불특정 국민 가운데 시민배심원단을 뽑아 의사결정을 맡기겠다고 한다. 원전 정책은 에너지 생산의 경제성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강력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정책이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번 결정 과정에는 이해관계자의 참가를 배제해야 한다. 시민배심원단이 각계의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두루 충분히 듣고 토론하여 결정하면, 국민의 폭넓은 공감 속에 결정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남겨야 한다.
 
논리 vs 논리
정부 정책 연속성 스스로 허물어 vs 국민 참여 통한 좋은 의사결정 방식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앞으로 더는 원전을 새로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앞으로 더는 원전을 새로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탈원전 정책은 성격상 매우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논의 과정과 절차 또한 복잡하다. 일단 원전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뿐 아니라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견해도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와 기본 인식 차이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갈린다. 정부는 6월 27일 울산 울주군의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일시 중단을 발표하면서 3개월간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최종 건설 중단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인데, 공론화위원회는 논의만 하고 최종 결정은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에 맡기겠다는 방침도 아울러 발표했다. 이에 대한 중앙과 한겨레의 사설은 분명한 시각차가 나타난다. 중앙은 탈원전 정책 비판 분위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 등을 들어 강력한 반대 입장인 반면 한겨레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명확하게 나타나는데 중앙은 “탈원전 대안 찾기에 ‘저의가 의심스럽다’니…”로 사설 제목을 달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 분위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아울러 “학계·업계와 현지 주민 그리고 언론 반응도 대체로 회의적이었다”고 덧붙임으로써 탈원전 정책 반대 진영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반면 한겨레는 “신고리 원전 시민배심원단 ‘숙의 민주주의’ 보여주길”로 사설 제목을 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갈등 사안을 합리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좋은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방식에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계2> 문제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발언과 반응을 감안할 때 “탈원전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비판과 대안 찾기 노력을 적폐 세력의 음모”쯤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에 대해 “해명이라기보다 공세에 가까운 발언을 접하니 탈원전 과속질주에 대한 국민의 스트레스와 ‘고뇌’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고 지적한다. 원전 건설 중단 조치에 “절차적 문제가 많다는 세간의 우려를 당국이 의식하는지도 궁금해진다”면서 중립적 시민배심원단을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일견 민주적·합리적 절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숱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고 겹겹의 과정을 거친 대역사를 ‘공론 조사’ 명목으로 석 달간 중단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원전을 밀어준 전 정부가 싫다 해도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무게를 스스로 허문 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일관되게 탈원전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 동의하면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민 참여를 통한 해결 방식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앞으로 더는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나면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는 ‘탈핵’의 길을 추구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6월 이미 공사를 시작한 신고리 5·6호기도 대선후보 시절엔 공사 중단을 공약했지만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공사 속도를 오히려 높였는데 이는 ‘매몰비용’을 키워 공사 중단을 어렵게 하자는 계산에서 한 일 같아 씁쓸하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기본적으로 중앙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바탕으로 논지를 펼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한 매몰비용은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더라도 이미 집행한 1조6000억원 공사비와 보상비용 1조원을 더해 총 2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른 원전의 건설 및 수명연장 중단으로 인해 기술 생태계와 납품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할 것도 우려되고 수출 유망업종이자 미래 먹거리로 발돋움하던 원전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원자력·석탄 발전 억제정책으로 전력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숙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중앙과는 전혀 상반된 시각으로 탈원전 문제에 접근한다. 신고리 5·6호기를 계획대로 지으면 탈핵을 추진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모두 가동을 멈추는 시기가 상당히 늦어진다는 점을 걱정한다. 신고리 6호기는 2022년 10월 준공 예정이고 설계수명이 60년이나 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는 원전을 짓지 않더라도 2082년까지는 핵발전소가 하나라도 가동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탈핵의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다면 탈핵 시기도 가능한 한 앞당기는 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으로 확연히 두 신문의 논조가 다르다. 결국 중앙은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나 비전문가 집단인 시민배심원단의 판단에 맡기기엔 ‘에너지 믹스’는 너무도 무거운 국가대사라는 입장이고, 한겨레는 시민배심원단이 각계의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는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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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