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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고향 독일서도 찬밥 신세 … 내리막길 들어선 디젤차

“나는 2020년에 파리에서 디젤이 완전히 사라지길 원한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이 3년 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디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중 디젤차 점유율이 50% 밑으로 추락했다. 올해만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에는 열두 달 중 10월 단 한 번(49.5%) 있었던 일이다.
 
디젤차는 가솔린차 대비 뛰어난 연비와 싼 연료 가격 등을 앞세워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정부가 세단을 포함한 모든 수입 디젤차의 판매를 전면 허용했던 2005년, 전체 등록 수입차 중 디젤차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16.4%, 2010년엔 25.4%까지 성장했고 2012년에는 50.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솔린차를 앞질렀다. 2015년에는 ‘클린 디젤’을 앞세운 수입차 업체들의 선전으로 점유율 68.8%를 기록하며 디젤차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영광 뒤엔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해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오점 중 하나로 기록된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2003년 2.2%에서 12년동안 68.8%까지 오른 점유율은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58.7%가 됐다. 여전히 절반 이상은 유지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달 가솔린차 등록 대수는 전달보다 2756대 더 늘었지만, 디젤차는 1014대만 늘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50.1%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말엔 연간 전체 판매량 중 디젤차 점유율 50% 선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지난달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넘겼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당장의 판매 저조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다시 디젤차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클린 디젤은 더티 디젤이 됐고, 자동차 업계 전부가 거짓말로 디젤차를 팔아왔다는 오해를 사게됐다”고 말했다.
 
국내만 그런 것도 아니다. 디젤차 전성기를 이끈 자동차 업체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디젤차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파리·마드리드·아테네·멕시코시티 등 4개 도시는 2025년까지 디젤차를 퇴출하기로 했다. 특히 폴크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디젤차 명가를 낳은 독일에선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벤츠의 고향인 슈투트가르트도 내년부터 ‘유로 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 차량의 도시 내 운행을 금지한다. 게다가 독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잇따라 디젤차 배출가스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정상적인 디젤엔진의 경우 가솔린 엔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15%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디젤 차가 배출가스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연방정부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디젤차 퇴출’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정도의 효과를 거두긴 힘들어 보인다.
 
영국 미디어 가디언지에 따르면 대부분의 디젤차가 각국 정부가 측정한 것보다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했다. 2015년 초과 배출된 가스는 460만t에 달했다. 젤차가 환경에 나쁘다는 인식은 판매 부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독일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디젤차는 전년 동기대비 9% 줄었지만 가솔린차는 12% 늘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현재 50% 수준인 유럽의 디젤차 점유율이 2020년 30%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스스로도 대세를 거스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몇몇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차의 대안으로 꼽히는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는 지난 5일 “2019년부터 새로 출시하는 차는 모두 전기모터를 탑재할 것이며, 디젤이나 가솔린과 같은 순수 내연 기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기존 모델만 판매하고 새 모델은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젤차의 장점으로 부각돼 온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주행거리가 긴 화물차량에는 디젤차가 경제적이지만, 도심 출퇴근용이라면 가솔린 차량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기름값은 가솔린이 더 비싸지만 가솔린 차량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디젤차보다 싸기 때문이다. 디젤차는 터보차저 등의 부품 때문에 제작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메르세데스-벤츠E 클래스 디젤 모델인 E220D의 차값은 7190만원으로, 동급의 가솔린 모델인 E200(6190만원)보다 1000만원 높다.
 
디젤차 구입을 고려 중인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대세를 거스르고 환경오염에 동조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디젤차의 몰락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는 알수 없지만,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디젤차를 만드는 업체도, 사는 사람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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