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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숨가쁜 2주간의 외교 무대…“외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는 말의 무게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평창동계올림픽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평창동계올림픽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다. 뭔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첫 다자외교 현장에서 무엇을 주고 받아야할지 고민한 것 같다. 고민의 흔적은 ‘7·6 베를린 구상’으로 불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이 끝난 뒤 진행된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사고’가 났다.  
 
지난달 30일 미국 순방으로 시작한 '외교 전선(戰線)'에서 폭풍 같은 2주일을 보낸 문 대통령의 얼굴엔 피곤함이 보였다.  
 
사회자는 문 대통령에게 ‘한미 관계’를 물었다. 후보 시절 “미국에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말도 인용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연설 직전 끝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동문서답(東問西答)’을 눈치 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말을 끊고 뭔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그제서야 한ㆍ미 관계에 대한 답변으로 돌아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원래 한 가지를 고민하면 새벽까지 잠도 못하고 깊이 고민하는 스타일”이라며 “한ㆍ중 정상회담 직후 열린 연설 때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 중국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설에 앞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요청했다.
 
정상회담 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은 “시 주석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에 집중됐다. 그러나 브리핑 도중 중국 언론을 통해 “한ㆍ중 간의 장애를 해소하기 바란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나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노골적 불만이었다. 청와대는 “‘양국간의 이견’ 정도로 발표하기로 했는데…”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한ㆍ중 정상회담 모습 [중앙포토]

한ㆍ중 정상회담 모습 [중앙포토]

시 주석은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 제재에 대해선 “앞으로 논의할 부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답했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확보했고, 그 기간 중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으면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동안 청와대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사드 해법’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는 “사드 철회는 없다”고 안심시키면서, 중국엔 “사드 배치의 명분을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이중 플레이’가 노출됐다.
 
물론 얻은 것도 있다. 한ㆍ미ㆍ일의 강력한 ‘스크럼’이다.    
 
3국 정상은 G20 회의 개최지인 함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공동만찬 회동을 열었다. 그리고는 지난 8차례의 3국 회동 이후 최초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핵’이라는 단일 사안에 대한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시 중국 설득이란 과제를 남긴 채 G20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 7일 한ㆍ미ㆍ일 정상이 공동성명을 내놓는 등 성과물이 나오자 야당인 자유한국당조차 “환영하고 지지한다”(강효상 대변인)는 평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의 희망처럼 G20 정상의 공동성명에 북한 미사일 문제가 담기진 않았지만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모두 유엔 안보리가 (북한 도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유럽 언론에선 대북 제재와 함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7ㆍ6 베를린 구상’을 비중 있게 다뤘다.  
 
G20 정상들의 적극 구애를 받은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만나봬서 기쁘다”며 “(문) 대통령에게 한국 안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정치혁명을 일으켜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직접 만나서 기쁘다”며 “한국에서도 촛불혁명이라는 민주주의 혁명이 있었고 제가 그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같은 시기에 프랑스, 한국의 대통령이 됐으니 공통점이 많다. 저와 정치철학이 아주 비슷하다”고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때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얘기도 나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보자 “유엔은 강 장관을 빼앗겨 많은 것을 잃었다. 조금은 아쉽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매끄러운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한ㆍ인도네시아 정상회담 장소이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묵은 호텔 주변에서 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가 극렬하게 벌어지자 당초 예정된 정상회담은 취소가 됐다.  
 
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도중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자신의 보좌역이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언급하자 강 장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도중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자신의 보좌역이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언급하자 강 장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G20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다. 외교 분야 참모진이나 당국자들도 한국기자들 앞에 서기를 꺼려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떼었으니 조금 더 지켜봐달라” 고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지난 2주간의 외교적 성과는 박근혜 정부 때 단절됐던 정상외교의 복원”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밝혔듯이 “6ㆍ25 이후에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첫 걸음’이란 말을 앞세우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엄중하고 시급하다.
 
함부르크=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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