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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한·중 ‘사드’ 갈등의 교훈 … ‘이웃 신드롬’을 극복하라

앞으로 한·중 관계는 BT와 AT로 나뉠 듯싶다. T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사드 이전(Before THAAD)과 사드 이후(After THAAD) 시기로 갈릴 것이란 이야기다. 한국에선 “중국의 민낯을 봤다”, 중국에선 “한국이 뒤에서 칼로 찔렀다”고 말한다. 8일로 사드 사태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회복된다 해도 사드 이전 시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사드 갈등의 교훈은 무언가. 
 
사드 갈등의 해독은 크다. 과거 마늘 분쟁과 같은 경제 마찰,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촉발된 역사전쟁 등이 있었지만 해당 영역에서 관리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사드 갈등은 안보 분야에서 시작해 경제와 사회, 문화 등 한·중 관계의 모든 영역으로 전선이 확대됐고 특히 서로에게 ‘친구가 맞나’ 하는 근본적 회의를 안겼다는 점에서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드 갈등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안겼나. 지난 1년여 본지 ‘차이나 인사이트’에 기고한 국내의 여러 중국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민낯을 봤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어떤 민낯인가. “한국을 길들이려 한다” “달걀을 중국이란 한 바구니에 담아선 안 된다” 등의 풀이가 쏟아졌다.
 
또 다른 교훈으로 거론된 건 미·중 사이에서 과연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였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미·중 사이 중간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왕윤종 가톨릭대 교수는 “미·중 모두와 잘 지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라며 회의감을 보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도는 이미 깨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수교 25년을 맞는 한·중에 어떻게 이런 갈등이 생긴 걸까. 여전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접 국가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즉 ‘이웃 신드롬’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국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피(被)포위 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중국은 한국이 처한 북핵 안보 위기를 미·중 관계의 틀 속에서 접근하느라 미래의 위협과 현재의 위협을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로선 사드 문제가 시진핑의 이슈, 즉 중국 최고 지도자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며 중국이 강공 일변도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말했다. 경제적 압박에 한국이 쉽게 두 손 들 것으로 중국이 판단한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유희문 한양대 교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한·중 양국에는 서로에 대한 적지 않은 전문가가 있다. 양국 전문가들은 무얼 했나.
 
먼저 자성론이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사드 사태와 관련해 한·중 양국 전문가 모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한다. 국내 일부 전문가는 중국과 멀어질까 두려워,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 시각에 경도돼 독자적 논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전문가들이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다 보니 중국의 압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민귀식 한양대 교수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책임도 없다는 전문가 집단의 책임의식 부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중국 내 한국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조치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에 처해 있다 보니 중국 선전부문에 의해 작성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치 ‘레코드를 틀어 놓은 것’과 같은 일방적 내용만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한·중 토론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었다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의 조치는 계속될까. 이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그럴 것”으로 봤다. 이제까지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가해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중국은 상대가 소극적이거나 굴종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더욱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복이 효과적이라 여겨질 경우엔 더 빈번하게 보복을 가하고 보복 기간 또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유입과 문화적 영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제약의 칼을 빼 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은종학 국민대 교수).
 
하지만 중국은 좋든 싫든 함께 부대끼고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척지고 사는 것보단 잘 지내야 한다. 제2의 사드 사태 발생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만큼 발생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중 관계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소통을 즉시 시작하는 ‘핫라인’ 구축 등이 그런 예다.
 
이젠 과거 수교 25년과는 다른 앞으로 25년을 관리할 한·중 관계의 뉴노멀(New Normal, 新常態) 수립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가 중국을 대할 때 “어느 면에서 협조가 가능하고(경제·문화), 어떤 분야에선 협조가 어려운지(북한·지역 전략)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로에 대한 그릇된 기대가 양국 관계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로선 중국이 중화 문명의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중국의 전략이 잘 보일 것이라고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말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양보 불가 영역을 중국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
 
한편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양국 정부가 가능한 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문가 집단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깊이 있는 연구와 대안 제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며 언론에 의해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사태로 증폭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중은 오는 8월로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수교 사반세기를 거치며 협력과 갈등의 시기를 모두 경험했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큰 흐름은 ‘한솥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를 가진 ‘동반자(伙伴)’ 개념에 따라 서로의 공유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오랜 세월을 같이해야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다(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는 말이 있다. 잠시의 갈등을 한·중 관계의 전부로 해석해선 곤란할 것이다. 명운 공동체, 책임 공동체, 번영 공동체의 이웃임을 되새겨야 할 때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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