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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중국 비약적 발전 원동력은 ‘현능주의’

차이나 모델
대니얼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서해문집
431쪽, 1만9500원
 
1인 1표 선거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최선의 방법일까? 그렇게 선출됐던 한 지도자는 왜 촛불 시위의 타깃이 돼 끝내는 탄핵까지 되는 비참한 운명을 맞았나.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꿈틀거린다. 마치 그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책은 선거민주주의의 약점을 파헤치며 대안 찾기에 나선다.
 
캐나다 출신으로 중국 대학에서 10여 년 넘게 강단에 서고 있는 저자가 내놓는 대안은 중국의 현능주의(賢能主義)다. 현능이란 말은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그에게 정치를 맡긴다(選賢任能)’에서 나왔다. 역사는 길다. 세습적 질서가 무너진 춘추시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전국시대에 이르러 확산됐다. 맹자는 말한다. 성군(聖君)은 500년에 한 번 나타난다고. 그럼 나머지 세월은 어떻게 견뎌야 하나. 순자가 그럴싸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군주는 명목상 전권을 갖고, 정사 대부분은 어진 신하들에게 위임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능주의의 기본 개념이 드러난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과 정치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도 각자가 성취하는 정치적 판단력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정치의 임무란 뛰어난 인재들을 찾아 그들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중국의 비약적 발전이 바로 이 같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의 현능주의 정치체제에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능력과 품성에 관한 시험을 겹겹이 통과해야 한다. 또 넓고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말단 관리에서 시작해 1인자에 오르기까지 30년 동안 갖가지 단련을 받았다. “대통령 취임 전 오바마의 경력 정도를 갖고선 중국 체제에서는 조그만 현(縣)의 책임이나 맡을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진핑 주석. 말단 관리에서 최고 권좌에 오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중앙포토]

시진핑 주석. 말단 관리에서 최고 권좌에 오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중앙포토]

저자에 따르면 중국 정치는 세 층위로 나뉜다. 바닥은 사회적 소통 능력이 강조되는 민주주의다. 1980년대부터 만들어진 촌민위원회가 중심이다. 중간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실험 공간이다. 중앙정부는 정책을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행한 뒤 이의 전국적 확산 여부를 결정한다. 꼭대기는 현능주의다. 복잡한 상황을 풀어야 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자리라 지적 능력과 사회적 소통 기술, 도덕적 품성을 모두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 이게 중국의 부상을 이끄는 차이나 모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주장에 비난이 폭주하는 건 물론이다. ‘중국의 변호인’이란 지적이 가장 많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 반대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일당제, 열악한 인권 상황 등을 감안하면 궤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선거민주주의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사회라면 현능주의의 장점을 어떻게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절반도 안 되는 지지로 승리하고선 모든 걸 독식하는 폐해를 반복하는 사회라면 말이다.
 
[S BOX] 추천 → 시험 → 면접 → 검증 → 표결 … 까다로운 중국 당 간부 선발 과정
중국의 간부 선발은 얼마나 까다롭나. 다음은 당 조직부 비서장이란 고위 간부 선발의 실례. 먼저 추천을 받는다. 이어 추천을 많이 받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업무 관련 시험을 치른다. 약 10여 명의 응시자 중 5명이 합격한다.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답안지 모두를 복도에 걸어 놓는다. 세 번째는 면접. 면접관은 부장과 부부장, 교수들로 구성되며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서기실 직원들이 입회한다. 면접을 통해 3명이 남는다. 네 번째 단계는 인사부 감찰팀에 의한 검증. 후보들의 실적과 품성을 따지되 품성 체크에 비중을 둔다. 마지막으로 12인의 부장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표결로 최종 결정한다. 8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런 후보가 없으면 위원들이 토론한 뒤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한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장관 후보자를 뽑는다면 청문회 낙마자는 없지 않을까 싶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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