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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나이 들어 근육 안 챙기면 뼈도 약해져 … 늦기 전에 꾸준히 운동을

임승길 교수의 건강 비타민
한 70대 여성이 지팡이에 의지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운동·단백질 섭취로 근육량을 유지하면 골다공증 등 다른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최정동 기자]

한 70대 여성이 지팡이에 의지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운동·단백질 섭취로 근육량을 유지하면 골다공증 등 다른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최정동 기자]

올해 73세인 윤모(서울 마포구)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골밀도 수치(T-스코어)가 ‘-3’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 수치가 0 밑으로 내려갈수록 뼈가 약한 것이다.
 
윤씨는 겉보기에도 팔다리가 가늘었고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그에게 근육량을 측정해 보자고 권했다. 성인 남성의 평균 근육량은 체중의 40~50% 정도다. 노화를 고려해도 3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의 근육량은 17.2㎏에 불과해 체중의 30%도 안 됐다.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로 저체중인지 비만인지 판단하는 것처럼 체내 근육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국제근감소평가위원회(International Working Group in Sarcopenia)는 근육량(㎏)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남성은 7.23, 여성은 5.67 이하일 때 근육량이 적은 상태라고 본다. 윤씨는 이 값이 5.95로 기준보다 한참 떨어졌다.
 
악력 테스트, 보행 검사를 추가로 해 ‘근 감소증’이라고 진단했다. 윤씨는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걸 굳이 병으로 진단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어든다. 30~40세를 기준으로 근육량은 매년 1%, 근육의 강도는 매년 1.5%씩 떨어진다. 이 때문에 근육량 감소를 골밀도 저하, 체지방 증가와 함께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근육량 감소를 단순 노화가 아닌 예방·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한 근육 감소는 건강을 무너뜨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도 암이나 에이즈 같은 질환 때문에 근육이 극도로 감소하는 것은 ‘악액질’이란 병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런 질환이 없어도 심하게 근육량이 떨어지는 건 위험하다. 일각에서는 근육량보다 근육의 힘과 기능이 더 중요하는 의미로 ‘근육강도 감소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근 감소증은 골다공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근육량이 줄면 뼈도 약해진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남녀 2264명(남성 940명, 여성 1324명)의 근 감소증과 골다공증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근 감소증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골다공증 발생률이 허벅지 뼈(대퇴골 경부)는 3.44배, 엉덩관절(고관절)은 3.34배, 허리뼈(요추)는 1.83배 높았다. 근 감소증이 있는 여성도 각각 1.76배, 2.46배, 1.46배씩 높다.
 
뼈와 근육은 구성 성분과 모양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근육량과 골밀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둘의 원인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전자·호르몬(성호르몬·성장호르몬)·운동·비타민D는 근육량과 골밀도에 영향을 미친다. 영국 사우스햄프턴대의 연구(2015년)에 따르면 성장인자·염증물질 등 다양한 요인이 거의 동일하게 작용한다. 성장인자는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일부는 뼈를 약하게 만든다.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터루킨-6, 7)은 근육의 뼈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근육이 자극 받을 때 합성되는 마이오카인(myokine)도 근육을 형성하는 동시에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 뼈 등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뼈에서 만들어지는 오스테오카인(osteokine)은 뼈를 생성하면서 동시에 혈당, 체중 조절, 근육 형성에 관여한다.
 
그래서 근육량이 줄면 골밀도도 떨어진다. 반대로 근육을 가꾸면 뼈는 더 튼튼해진다. 근육은 뼈보다 더 빨리 줄어들지만 회복도 잘된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6개월 이상 생활한 우주인은 근육이 빨리 빠진다. 지구로 돌아와 예전의 몸 상태로 회복하는 데 근육은 한 달(30일)이 걸리지만 뼈의 골밀도는 2년5개월10일(900일)이 걸린다.
 
근 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첫째,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세브란스병원 연구에서 근 감소증이 있는 여성 중 꾸준히 운동하는 비율은 39%(남성은 60%)로 근육을 유지하는 여성 51.5%(남성 76.8%)보다 크게 낮았다.
 
일상생활에서 걷기나 계단 오르기만 잘해도 근육량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런지나 뒤꿈치 들기(그림 참조) 등도 꾸준히 하면 근육을 지키면서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의 원료다. 세브란스병원 연구 결과 근 감소증이 있는 남성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평균 54.6g으로 건강한 남성(평균 64.4g)보다 적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단백질 일일 섭취 권장량은 체중 1㎏당 1g이다. 그러나 근 감소증·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체중당 섭취량을 1.2~1.4g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체중이 70㎏인 성인은 기존 70g에서 84~98g으로 늘려야 한다. 두부 반 모(단백질 32g), 고기 100g(단백질 20g)만 더 먹어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만약 심한 근 감소증이라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인슐린양 성장인자(IGF-1), 비타민D 등의 약물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근 감소증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지방량도 적다. 체질량 지수나 혈압·혈당이 낮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이 더 적어 보일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다. 영양섭취·운동 등 건강관리를 잘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살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꾸준한 근력·유산소 운동을 통해 근육의 양과 강도,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뚱뚱하지 않아도 근육량 줄면 지방간 발생률 최대 3배 높아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 이상이면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간염·간 경변·간암 등 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비만할수록 체내 지방량이 많아 지방간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뚱뚱하지 않아도 근육량이 줄면 지방간 위험이 크다. 세브란스병원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비만과 관계없이 근 감소증이 있을 때 지방간 발생률은 최대 3배 높았다. 또 지방간 환자가 근 감소증을 겪으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로 발전할 확률이 약 2배 높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르게 감소하는 만큼 간 건강을 위해 유산소·근력 운동을 함께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승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골다공증학회 명예회장, 대한내분비학회 이사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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