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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이없는 금속노조의 '일자리기금 5000억' 제안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그제 현대·기아차에 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공동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돈을 원·하청업체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언뜻 비정규직과의 연대 및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조가 커다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금속노조가 내겠다는 2500억원은 현대차 계열사 17곳의 '통상임금 체불임금 채권'의 일부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상여금과 휴가비, 명절 귀향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1인당 4000만원가량을 달라"는 소송을 회사와 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 이겨 돈을 받으면 1인당 300만원가량을 기금에 출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낸 소송은 1, 2심 모두 회사 측이 승소했다. 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노조가 낸 소송은 1심 계류 중이다. 결국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돈을 내겠다고 한 셈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일자리기금'을 들고 나온 것은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분위기를 타고 현대·기아차가 사측에 유리한 소송을 포기하고 협상을 하게끔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현대·기아차 공동교섭을 비롯해 산적한 노사 현안의 주도권을 쥐고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은 물론 민주노총 등 대기업 노조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교묘한 여론전을 펼쳐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론 노사 간의 신뢰 구축과 사회적 대타협이 어렵다. 약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라는 노조의 존립 가치만 빛을 잃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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