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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법부 개혁, 권력·세력이 해결할 수 없다

이동현사회2부 기자

이동현사회2부 기자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제한할 순 있겠지만 다른 헌법기관이 나눠 갖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난 14일 중앙일보(1면)의 ‘인사권 제한해 대법원장 힘 뺀다’ 보도 후 만난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한국 사법부가 가진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우려가 동시에 담겨 있다. 우선 지금까지 법관들이 자신의 인사를 좌지우지한 인사권자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 수 있다. 또 인사권이 분산됐을 때 법관의 독립성 유지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 배어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국회가 대법관 지명 권한을 나눠 갖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법부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개별 법관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거나 다음 자리를 생각한다면 법원의 존재 의미인 ‘갈등의 최종 해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진보 정권은 이미 십수 년 전 인적 쇄신을 통한 사법부 개혁을 시도해 봤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대법원의 중추가 됐다. 새로운 판례로 사법 판단의 지평을 넓혔던 순작용이 있었으나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법원 내 최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판사회의 상설화를 통해 사법행정과 법관 인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쇄신론은 법원의 핵심 자리에 자기편을 넣는 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정치권의 사법부 개혁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선거법 위반 재판이나 비리 사건 재판 때문에 사법부의 눈치를 봐 왔다. 이러한 재판 권한을 가진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국회가 사법부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근본 정신인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법부 개혁은 권력과 특정 세력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론의 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헌법학자들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 내부든, 법조 단체나 국회가 됐든 다양한 사법부 개혁 논의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공론의 장에 올려놓고 국민을 바라보며 해결책을 마련해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법관에 대한 인사 권한을 줄여야 한다면 헌법 개정 등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특정 세력이나 정치권이 주도할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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