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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끄러운 역사 흔적 돌아보는 여행 … 서울 남산 ‘다크 투어 코스’ 생긴다

110년 전 서울 남산에는 일제의 통치기구인 한국통감부가 들어섰다. 이 건물은 1910~1926년 조선총독부 건물로 쓰였고,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현재 그 자리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처럼 남산에 스며들어 있는 어두운 역사가 내년에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이른바 ‘다크 투어(Dark Tour·역사교훈여행) 코스’다. 서울시는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에 ‘국치(國恥)의 길’과 ‘인권의 길’을 조성해 내년 8월에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일제의 통치기구와 군부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가 있던 남산을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의미다. 안중욱 서울시 특화공간조성팀장은 19일 “두 길 모두 올해 안에 조성이나 공사에 착수해 내년 8월부터 해설사가 있는 역사탐방로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치의 길’은 한국통감관저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보육원)~경성신사(숭의여대)~한양공원(한양공원 표석)~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으로 이어지는 약 2km 구간이다. 길의 이름처럼 ‘나라의 수치’인 일제 침탈의 흔적을 돌아보는 역사탐방로가 된다.  
 
‘인권의 길’은 중앙정보부 6국터(현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 철거지)~중앙정보부 사무동(서울소방재난본부)~중앙정보부 남산 본관(서울유스호스텔)~중앙정보부 5국(서울시청 남산별관)을 거치는 930m 구간이다. 이 탕방로에선 군부 독재시절에 두려움의 공간을 되짚어 본다. 안 팀장은 “남산에 남아있는 치욕스런 과거의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게 아니라, 보존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 교육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탐방지들의 연결성을 높이고, 역사적 의미에 맞게 각 탐방지를 재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길의 보도블럭과 벽면엔 각각의 역사가 담긴 그림 등의 디자인을 입힌다. 보도블럭엔 다음 탐방지를 안내하는 이정표도 그려 넣는다. 탐방지마다 과거 건물(터)의 용도와 역사가 적힌 표지판을 설치한다. 탐방지의 특성을 반영한 조형물도 세운다.
 
일부 탐방지엔 이전부터 안내 표지판이나 관련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낡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정표나 안내지도 등이 없어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남산 예장자락 일대에 '다크 투어' 코스가 조성된다. 일제시대 한국통감부가 있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은 '국치의 길'의 주요 탐방지로 조성된다. [김춘식 기자]

서울 남산 예장자락 일대에 '다크 투어' 코스가 조성된다. 일제시대 한국통감부가 있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은 '국치의 길'의 주요 탐방지로 조성된다. [김춘식 기자]

일제시대 남산에 있던 한국통감부의 정문(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중앙포토]

일제시대 남산에 있던 한국통감부의 정문(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중앙포토]

특히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는 인권을 주제로한 메모리얼 홀(지하 1층, 지상 1층)을 갖춘 메모리얼 광장(215㎡·약65평)이 들어선다. 6국 건물은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사용되다가 지난해 철거됐다. 메모리얼 홀의 이름은 ‘기억 6’이다. ‘6’은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한다. 메모리얼 홀의 건물 외관은 소통을 상징하는 ‘빨간 우체통’이다.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 내년 8월 들어설 메모리얼 광장(215㎡·약65평)의 조감도. 이곳엔 빨간 우체통이 컨셉트인 ‘메모리얼 홀’이 들어서고, 6개의 기둥과 6개의 벤치가 설치된다.[사진 서울시]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 내년 8월 들어설 메모리얼 광장(215㎡·약65평)의 조감도. 이곳엔 빨간 우체통이 컨셉트인 ‘메모리얼 홀’이 들어서고, 6개의 기둥과 6개의 벤치가 설치된다.[사진 서울시]

1층 전시장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 시설과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을 상영하는 빔 프로젝터가 설치된다. 지하 1층엔 중앙정보부의 취조실이 재현된다. 1층의 유리바닥을 통해 지하 1층이 내려다보이는 구조다.  
 
두 탐방로를 기획한 서해성 작가는 “지난해 해체한 6국 건물(서울시청 제2청사 건물)의 콘크리트·벽돌·자갈 등의 잔해는 메모리얼 광장의 바닥·기둥·벤치로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6국터와 그 일대에는 ‘사람숲’(5000㎡·약 1500평)이 꾸며진다. 이곳엔 안중근 의사 등 역사적 위인들을 기리는 나무를 심는다. 일부 구간이 겹치는 ‘국치의 길’과 ‘인권의 길’은 함께 돌아보는 ‘통합 탐방로’(2시간 30분)로 운영된다.   
 
비극적 역사 현장을 관광지로 조성하는 ‘다크 투어’는 해외에선 보편화돼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지)가 대표적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명동에서 남산으로의 보행길을 개선하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 내년 8월 마무리되면 남산의 탐방로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크 투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줄임말.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블랙 투어리즘’이나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부정적 문화유산)’라고도 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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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