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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오만 “원, 역량 보이면 난 사퇴 … 그러나 좀 힘들 것”

자유한국당은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19일 제주에서 ‘제주 비전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새 지도부는 영남·호남·충청 등에서 권역별 연설회를 열고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선출된다. 당 대표에 출마한 원유철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신상진 의원(왼쪽부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19일 제주에서 ‘제주 비전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새 지도부는 영남·호남·충청 등에서 권역별 연설회를 열고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선출된다. 당 대표에 출마한 원유철 의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신상진 의원(왼쪽부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7·3 전당대회 첫 유세현장. 당 대표 후보자로 출마한 신상진 의원, 홍준표 전 경남지사, 원유철 의원이 차례로 정견 발표를 했다. 홍 전 지사의 발언이 뜻밖이었다.
 
“굳이 선거(대선)가 끝난 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제가 나와서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악역을 안 해도 되는데, 이 당에 22년 있었기 때문에 악역이라도 해주는 게 도리가 아닌가.”
 
지난 대선 때 공개적으로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홍 전 지사였다. 그런 그가 염치없는 줄 알지만 한국당을 위기에서 구할 ‘악역’이라도 맡아줘야겠다는 논리로 말 바꾸기를 합리화했다. 현장에서 홍 전 지사의 얘기를 들은 당 관계자는 “한국당에 당 대표 할 인물이 나 말고 누가 있느냐는 안하무인식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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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홍 전 지사의 태도는 당 사람들 눈에도 곳곳에서 안하무인으로 비쳤다.
 
정견 발표 후 후보자들 간의 토론 때였다. 원유철 의원과 홍 전 지사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원유철=“(대표)할 사람 없어서 나선다고 하셨는데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적절치 않습니다. 새로운 인물을 세우고 그걸 통해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홍준표=“원 의원이 이 당 썩은 뿌리 잘라내고, 가지 치고 새롭게 만든다는 판단이 서면 내 중도 사퇴하겠습니다.”
 
▶원=“그럼 지금 사퇴하시죠.”
 
▶홍=“지금 보니까 원 의원은 좀 힘들 것 같아. 경선에 가면 함 보지요. 그런 역량 보이면 사퇴하고 원 후보 지지할게.”
 
신상진 의원(왼쪽)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원유철 의원의 정견 발표를 듣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눈을 감고 몸을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다. [박성훈 기자]

신상진 의원(왼쪽)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원유철의원의 정견 발표를 듣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눈을 감고 몸을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다. [박성훈 기자]

마지막 순서인 1분 발언에서도 홍 전 지사는 “이 당을 ‘혁신’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소명”이라면서 “만약 원 의원의 역량이 되면 전대 끝나기 전에 사퇴하겠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악역을 맡아준다더니 사퇴 얘기를 꺼내고 황당하더라”며 “도대체 무슨 꼼수냐”고 했다.
 
원 의원도 토론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처음에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그 말(사퇴)을 세 번씩 하더라”며 “당의 명운이 걸린 대표 선거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 대표 후보자 외에 한국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사람은 8명이다. 이철우(3선), 김태흠·박맹우(재선), 윤종필(비례 초선)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 이재만 대구 동을 당협위원장, 류여해 수석부대변인, 김정희 현 무궁화회 총재 등이다. 이 중 4명이 최고위원으로 뽑힌다. 이들은 당 대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 전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홍 전 지사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성헌 전 의원 등 7명은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홍 전 지사는 줄곧 없었다. 그는 마지막 차례인 김태흠 의원의 발언 순서에 자리로 돌아왔다.
 
홍 전 지사는 최고위원들이 정견 발표를 할 때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행사장 앞 후보대기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행사는 페이스북과 당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주의 한 당원은 “상대도 안 되는 후보자들과 일합을 겨룬다는 생각이 온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당 중진 의원은 행사를 마치고 “다들 준비하고 와서 열심히 하는데 홍 전 지사는 혼자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와서 대놓고 사람을 무시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날 홍 전 지사는 정견 발표에서 “국회의원을 부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 당에는 참 많다. 이 당 뿌리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가 말하는 쇄신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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