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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표류하는 ‘롯대호’

롯데의 4번타자가 사라졌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돔. 롯데 최준석이 1루수로 나서자 장정석 넥센 감독이 심판진에 항의했다. 라인업에는 최준석이 3번·지명타자, 이대호가 4번·1루수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명타자가 수비수로 나섰으니 롯데의 지명타자는 없어졌다. 이 때문에 이대호가 경기에서 빠져야 했고, 투수 노경은은 4번타자가 돼 두 차례 삼진을 당했다. 롯데는 1-2로 역전패했다.
 
궁지에 몰린 조원우 롯데 감독은 18일 넥센전에선 이대호를 3번타자로 기용했다. 타격감이 좋은 전준우를 4번에 배치하면서 병살타를 자주 때리는 이대호와 최준석의 타순(5번)을 떨어뜨린 것이다. 3-14로 진 롯데는 6연패에 빠졌다. 7위 롯데는 6위 넥센에 5경기 차로 뒤진 상태다.
 
조 감독은 “16일에는 이대호의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기용하려 했다. 여러 개 라인업 중 (이대호를 1루수라고 쓴) 하나를 실수로 잘못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감독-코치 간 소통이 원활치 않고, 팀 전체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올시즌 롯데의 팀 타율은 7위(0.282), 팀 득점은 8위(326점)에 그치고 있다. 올해 미국으로 떠난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아두치(32·디트로이트)의 공백이 크다. 새 외국인 타자 번즈는 타율 0.268에 그친 채 부상으로 빠졌다. 뾰족한 수가 나지 않으니 ‘대한민국 4번타자’라는 이대호의 타순까지 바꿔본 것이다.
 
이대호

이대호

지난 1월 롯데는 이대호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 일본·미국에서 쌓은 경력, 그리고 ‘부산의 맏아들’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을 줬다. 지난 4년간 가을야구를 즐기지 못했던 롯데 팬들으로선 최고의 뉴스였다.
 
연봉과 비례해 이대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가 맹타를 터뜨리자 롯데는 지난달 말까지 5위에서 버텼다. 그러나 몸쪽 빠른 공에 약점을 보이기 시작한 이대호는 6월 16경기에서 2루타와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했다. 4할을 오르내리던 타율이 0.353(4위)로 떨어졌다.
 
문제는 이대호를 대체할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대호에게 집중 투자를 하느라 올해 롯데의 외국인 선수 3명의 연봉 합계는 다른 팀 평균보다 10억원 정도 적다. 이들의 팀 기여도는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애디튼(2승7패 평균자책점 7.50)과 레일리(3승7패 평균자책점 5.63)가 부진하자 가뜩이나 약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초반 롯데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산 팬들은 ‘잔디를 뽑고 근성을 심어라’ ‘너희가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 할게’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2008년부터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는 구도(球都) 부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다시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지자 지난해 ‘느그가 프로가(너희들이 프로선수인가)’라는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롯데 구단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격적 투자(이대호 영입)를 했다. 이대호 하나로 팀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리더의 착각이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건 무책임한 것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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