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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극장들은 왜 넷플릭스와 싸우나요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곧 개봉한다는 영화 ‘옥자’를 두고 시끌시끌하더라고요. 극장에서 대형화면으로 시원하게 보고 싶었는데,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같은 극장 체인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고 해요. 넷플릭스가 이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뭐고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온라인으로 영화 관람 늘어나 극장 수입 줄기 때문이죠" 
 
A. 여러분.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만들고 넷플릭스란 미국 회사가 투자한 영화에요. 흔히 멀티플렉스라고 부르는 국내 대형 극장 세 곳(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에선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화제가 됐죠. 전국 100여개 중소 극장에서만 상영하게 됐는데도, ‘옥자’에 대한 관심은 아주 뜨거워요. 19일 기준으로 이 영화의 예매율(11.7%)이 전국 2위네요.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왜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했을까요. 넷플릭스라는 회사와 대형 극장의 힘겨루기라고 볼 수 있어요. 넷플릭스는 “옥자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극장들은 “그러면 누가 극장에 영화를 보러 오겠느냐. 극장 개봉 2~3주 뒤에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맞섰어요. 결국 양측 다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형 멀티플렉스에선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죠.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데 우리 대형 극장들과 마찰을 일으킬까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OTT(Over The Top) 서비스 회사’에요. OTT 서비스는 원래는 ‘TV에 연결된 셋톱박스를 통해 영화·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트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가리켰어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는 서비스는 모두 OTT 서비스라고 해요.
 
비슷한 서비스로 뭐가 있을까요? 맞아요. 여러분이 뮤직비디오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 애용하는 ‘유튜브’도 역시 OTT 서비스랍니다. 미국에선 훌루나 구글TV·애플TV 같은 서비스가 있고, 한국에선 티빙·푹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인 OTT 서비스에요.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이런 사업을 했던 건 아니에요.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넷플릭스는 원래 비디오테이프나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회사였어요.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엔 미국에도 한국에도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보통 비디오로 봤거든요. “사흘 빌리면 2000원” 하는 식으로 비디오를 빌려주고 돈을 받았지요. 비디오테이프를 사흘 뒤에 돌려주지 않으면 연체료를 받기도 하구요.
 
넷플릭스는 한달에 정해진 금액을 내면 집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배송해 줘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배송 올 때 지난번에 빌린 비디오를 돌려주면 되니 연체료를 낼 필요도 없었죠. 얼마나 사업이 잘 됐던지, 미국 비디오 대여 1위 업체였던 블록버스터가 2013년 결국 망했을 때 다들 “넷플릭스에 밀렸기 때문”이라고들 했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큰 회사가 된 건 비디오 대여 사업 덕분이 아니에요. 시대가 바뀌는 걸 발빠르게 따라잡은 덕분이랍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하는 걸 보고,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해요.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사업’ 말이에요. 지금의 OTT 서비스가 이때 시작된 거죠.
 
넷플릭스가 내놓은 OTT 서비스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한달에 적게는 7.99 달러만 내면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했거든요. 꼭 TV에서만 동영상을 볼 필요도 없었죠.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스마트폰·태블릿PC에서도 원하는 시간에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됐거든요. 미국 소비자들은 속속 케이블 TV를 끊고 넷플릭스에 가입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라이트먼 리서치’라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국의 넷플릭스 이용자(5085만명)는 같은 기간 주요 케이블TV 가입자(4861만명)를 드디어 넘어섰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2012년 또 한번 변신을 꾀해요. 직접 영화·드라마 제작에 뛰어 들었거든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2013년에 공개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어요. 국내에도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층이 엄청 두터워요. 미국에선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이나 ‘나르코스’ 같은 드라마는 미국서 큰 성공을 거뒀어요. 또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는 ‘워 머신’, 윌 스미스 주연의 ‘브라이트’,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아이리시맨’ 같은 영화도 제작하고 있죠.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와 드라마가 잇달아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이유로 ‘빅데이터’가 꼽히기도 해요. 1억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어떤 회원이 어떤 동영상을 어떤 시간대에 봤는지에 대한 정보를 샅샅이 가지고 있죠.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어떤 배우를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에요. 넷플릭스가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드는 데도 이 빅데이터가 활용됐다고 해요. 정치 드라마에 대한 회원들의 선호도, 주연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호감도 등을 종합 분석하고 투자 결정을 내린 거죠.
 
빅데이터는 회원들이 좀더 오래 넷플릭스를 시청하게 하는 데도 쓰입니다. 소비자가 영화 한편을 다 봤을 때, 바로 ‘이런 영화도 보겠느냐’고 추천하는 기능이 대표적이에요. ‘이 소비자가 이 시간대에 이런 장르의 영화를 봤다면, 다음 영화로는 이런 걸 원하지 않을까’ 라고 추측하는 데 다른 회원들의 데이터가 활용되는 겁니다. 이 추천 기능의 적중 확률은 75%에 달한다고 하네요.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동영상이 늘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회원들이 점점 더 늘겠죠.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자체 영화·드라마 제작에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쓰겠다고 발표했어요.
 
넷플릭스가 ‘옥자’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에도 공개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에요. “이렇게 영화·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건 OTT 서비스를 이용하며 돈을 내는 회원들 덕분이고, 그래서 이들이 가장 먼저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 측의 주장이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온라인에 영화가 동시에 풀리면 우리 극장 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극장 측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극장가에서 되풀이될 걸로 보여요. 앞으로 더 많은 영화가 넷플릭스처럼 온라인 유통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제작될텐데, 극장들은 극장의 논리로 영화를 온라인보다 먼저 내걸고 싶을테니 말이에요. 비디오 대여점과 케이블TV를 차례 차례 꺾은 넷플릭스가 영화 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될까요. 아니면 영화 산업이 이런 변화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낼까요. 어쩌면 개봉을 앞둔 옥자보다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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