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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독일 탈원전, 영국·핀란드 친원전

헝가리 팍스 원전의 전경. 헝가리 정부는 유럽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팍스 원전 증설 사업을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계약했다. [팍스 홈페이지]

헝가리 팍스 원전의 전경. 헝가리 정부는 유럽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팍스 원전 증설 사업을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계약했다. [팍스 홈페이지]

유럽에선 원자력 발전소 정책을 둘러싼 각국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에 이어 지난달 스위스가 원전 전면 폐쇄를 결정하며 탈(脫)원전 드라이브에 동참한 반면 영국, 핀란드, 헝가리는 새 원전 건설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럽이 '탈원전 대 친(親)원전' 구도로 분열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친원전파인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유럽 내 원전 논의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팀 여 전 영국 하원 에너지·기후변화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친원전 국가와 탈원전 국가 간의 균형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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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EU의 원전 논의는 전면 폐쇄를 주장하는 독일 측과 현상 유지 및 확대를 선호하는 영국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현재 EU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4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3개 국가가 탈원전 또는 원전 축소를 지향한다(위 영상은 2009년 폐쇄된 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 원전의 해체 작업).
 
가장 먼저 탈원전을 달성한 이탈리아는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했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17개 원전 전부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을 정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원전 의존도를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는 등 원전 축소에 나서고 있다.
2019년 폐쇄가 예정된 독일 브록도르프 원전. [유튜브 캡처]

2019년 폐쇄가 예정된 독일 브록도르프 원전. [유튜브 캡처]

 
원전에 대한 입장은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다. 탈원전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는 독일의 경우 총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그러나 헝가리(54.9%), 슬로바키아(55.9%) 등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추가적인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원자력에 주목한다.  
 
에너지 정책은 각국의 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서로 직접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은 유럽원자력공동체(EAEC)라는 국가 간 협의체의 관리·감독 하에 있다. 또 회원국이 진행하는 원전 사업은 EU 집행위원회 등 EU 기구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결국 영향력이 큰 EU 주요 국가들의 의사가 개별 국가의 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EU의 원전 정책엔 독일, 이탈리아 등 탈원전 대국의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하게 됐다. 팀 여는 "EU 회원국의 절반 가량은 원전에 찬성한다"며 "EU 내 원전 반대 기류가 강화되면 슬로바키아처럼 전력 절반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는 소국들은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것이 러시아다. 러시아는 핀란드, 벨라루스, 헝가리 등 원전을 필요로 하는 유럽 국가들에 수조원 규모의 차관까지 제공해가며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과 원전 건설 계약을 맺도록 독려하고 있다. 러시아로선 해당 국가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수익을 창출해 서구의 경제 제재를 돌파할 원동력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러시아의 사업 확장이 달갑지 않은 EU는 2015년 헝가리가 로사톰과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자 불공정 입찰 의혹을 제기하고 승인을 보류하는 등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 분쟁은 올해 초 헝가리가 원전 건설 강행 의지를 시사하면서 결국 EU가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독일 국경에 인접한 벨기에의 티앙주 원전. 노후한 시설 탓에 잦은 고장을 일으켜 독일 측의 폐쇄 요구를 받고 있다. [티앙주 홈페이지]

독일 국경에 인접한 벨기에의 티앙주 원전. 노후한 시설 탓에 잦은 고장을 일으켜 독일 측의 폐쇄 요구를 받고 있다. [티앙주 홈페이지]

 
원전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도 잇따른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 국경 인근에 위치한 벨기에의 노후 원전 2곳을 폐쇄하라고 요구해왔다. 지난 8일 양국의 환경 당국자들이 독일 본에서 만나 이 원전들의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엔 리투아니아 정부가 자국 수도에서 50㎞ 떨어진 곳에 건설되고 있는 벨라루스의 원전을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선포하며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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