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LNG·태양광 고비용에 … ‘원전 제로’ 일본, 원자로 다시 켠다

지난 9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도쿄전력 관계자가 내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도쿄전력 관계자가 내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없애도 일본은 발전할 수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반원전 전도사’로 변신해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사고 6주년을 맞은 지난 3월에는 후쿠시마를 찾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원전 스위치를 다시 켜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아베 총리에게 의향을 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해도 더 듣지 않는다.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6년 전 쓰나미에 원전이 무참히 폭발하는 장면을 목도한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는 전국의 원전을 모두 가동 중단시키며 2030년까지 ‘원전 가동 제로(zero)’를 선언했다.
세계 유일 원폭 경험국으로서 원자력에 ‘노이로제’가 있는 일본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단이었다.
민주당의 몰락으로 2012년 12월 출범한 2차 아베 내각도 그 기조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베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원전 안전을 관리ㆍ감독하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빗장 풀기가 뚜렷해졌다.     
사고 6년이 지났는데도 후쿠시마 원전 건물 외부에 여전히 사고 흔적이 남아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사고 6년이 지났는데도 후쿠시마 원전 건물 외부에 여전히 사고 흔적이 남아 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연합뉴스]

관련기사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입된 ‘신규제 기준’에 따라 멈춰 세웠던 원전들이 하나 둘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규슈전력의 겐카이원전 3ㆍ4호기, 간사이전력이 운영하는 오이원전 3ㆍ4호기 등 8기의 원자로가 잇따라 안전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일본의 원전 드라이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기시돼온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증설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에너지 기본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신규 원전 증설을 반영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경산성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각료회의 결정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탄소 저감책 마련과 갈수록 상승하는 발전연료 단가를 고려하면 원자력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80%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원전 가동을 중지한 이래 화석연료 가운데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를 대체제로 써왔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과 의존도 심화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탈원전 진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부지 확보와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명백해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13일 사가지방재판소가 규슈전력의 겐카이원전 3, 4호기 운전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두 원자로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판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재판소 앞에서 '부당 판결' 등의 구호를 쓴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지난 13일 사가지방재판소가 규슈전력의 겐카이원전 3, 4호기 운전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두 원자로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판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재판소 앞에서 '부당 판결' 등의 구호를 쓴 종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아베 정부는 전체 전원(電源) 구성에서 원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2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동중인 원자로는 4기. 목표를 맞추려면 원자로 약 30기의 완전 가동이 필요하다. 게다가 원전 수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40년으로 제한돼있다.  

실제 지난 4월에는 원자력규제위가 전국 4개 원전의 원자로 5기를 2039~2045년까지 폐로 처리키로 최종 승인했다.  
‘40년 룰’에 따라 노후 원자로를 폐로해가면서 2030년에 얻을수 있는 최대 발전량은 전체 전원의 15%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 증설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가 2030년 이후 원전 신규 증설 필요성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는 LNG 발전 비율의 급증에 따른 발전 단가 부담 상승이다.    
원전 사고 이전까지 일본은 연간 6000만~7000만t 정도의 LNG를 수입했는데, 매년 2000만t 가량 추가 구매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실제 LNG 수입 확대는 일본을 2011년 이후 5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꼽혔다.
또 LNG 발전이 늘면서 에너지 자급률도 2010년 19%에서 2015년 6%로 급격히 떨어졌다.  
그사이 전기요금은 가정용이 20%, 산업용은 30% 가까이 올랐다.    
원전의 또 다른 대체제인 신재생에너지의 확산 속도 역시 더디기만 하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전원 비중도 현재 14.9%에서 2030년까지 22~24%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NHK 경제보도 프로그램 ‘경제프론트라인’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일본 국내에서 태양광발전 등을 포기하는 사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지난 2012년에는 킬로와트시(kWh)당 40엔(약 409원)이었던 전력회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기 매수가가 올해 들어 21엔(약 215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태양광 패널 등 설비 단가가 5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진 만큼 매수가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발전 가능성 측면에 맞는 부지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전력회사에서는 수요에 비해 전력 공급원이 넘친다는 이유로 지역 내 태양광 전기 매수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샤프가 후요종합리스와 공동 투자로 일본 미야자키현 시치카슈쿠쵸에 지난달 25일 착공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의 개요도. [사진 샤프]

샤프가 후요종합리스와 공동 투자로 일본 미야자키현 시치카슈쿠쵸에 지난달 25일 착공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의 개요도. [사진 샤프]

 
반면 신재생에너지로 인한 소비자의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전기요금에 따라붙는 표준 가정의 1개월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과금’이 2012년 56엔(약 573원) 수준에서 올해 686엔(약 7020원)으로 12배 가량 뛰었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만인 상황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원전 확대론에 불을 지피는 것은 여전히 아베 정권에 부담이다.  
의회에서 야당이 ‘원전 제로’를 기치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론도 반대 의견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3월 전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 재가동 반대’가 55%로 찬성 의견(26%)을 압도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눈앞에 다가온 노후 원자로 폐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원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증설까지 논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실제 일본 정부는 폐로가 확정된 5기의 원자로에서 나올 총 2만6820t의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사능 반감기를 감안할 때 지하 70m 이하에서 10만년 간 보관해야 하는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 주변 지역민들의 반발로 처리장 건설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원전 재가동과 증설 여부엔 LNG 가격이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인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 선임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파이프라인가스(PNG)를 이용했던 것처럼 일본 경산성은 원전 재가동을 LNG 공급업자와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장래 원전 가동률이 얼마나 올라갈지는 가스 생산국과의 협상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