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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5명의 마음을 움직인 지방 고교 교장 선생님의 지극정성

전남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 장용순 교장이 2014년 7월 21일 특강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노벨화학상(2004년) 수상자 아론 치카노베르(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교) 교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순천매산여고]

전남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 장용순 교장이 2014년 7월 21일 특강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노벨화학상(2004년) 수상자 아론 치카노베르(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교) 교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순천매산여고]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3명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마이클 코스털리츠(75)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오는 22일 전남 순천을 찾는다. 명문대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그는 이날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노벨상을 받기까지 인생의 과정을 들려주고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앞서 다른 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 학교에 찾아와 학생들을 만났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서울도 아닌 지방의 고교까지 오게 한 주인공은 이 학교 장용순(61) 교장이다.
 
장 교장은 2010년 9월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순천매산여고에 부임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 학교에서 특강을 연 것은 이듬해부터다. 2011년(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시라카와 히데키), 2012년(2008년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 2013년(2007년 노벨물리학상 페터 그륀베르크), 2014년(2004년 노벨화학상 아론 치카노베르) 등 이번까지 다섯 차례다.
 
순천매산여고를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 장 교장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은 없다. 지방의 고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의 특강료를 받지도 않았다. 매산여고 측에서 지불한 특강료는 실비에서 조금 넘는 수준의 금액과 통역비 정도다. 장 교장은 “고액의 특강료 대신 남도의 특산품인 보성녹차를 주로 선물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학교로 초청하기 위해 인맥을 활용했다. 장 교장은 “8년 전 연수 때 강사로 와 인연을 쌓은 부산외국어대 김문길 명예교수가 주로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독도 전문가로 잘 알려진 김 교수는 장 교장의 교육 철학에 감동해 다른 일로 한국을 찾을 계획을 세운 노벨상 수상자들을 장 교장과 연결해줬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른 수상자들도 이 학교를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특강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전남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 장용순 교장이 2013년 6월 26일 특강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노벨물리학상(2007년) 수상자 페터 그륀베르크(독일 윌리히 연구소) 교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순천매산여고]

전남 순천매산여자고등학교 장용순 교장이 2013년 6월 26일 특강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노벨물리학상(2007년) 수상자 페터 그륀베르크(독일 윌리히 연구소) 교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 순천매산여고]

 
노벨상 수상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인 장 교장의 교육 철학은 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큰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장 교장은 ‘큰 사람’에 대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누어주고 베풀고 돌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노벨상 수상자들 뿐만 아니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국내 유명 인사들의 특강도 잇따라 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지방 고교까지 와서 특강을 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정작 매산여고가 초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5년부터 2년간 노벨상 수상자 특강이 중단된 이유다. 이 학교에 초청을 받은 일부 수상자들은 높은 특강료를 약속한 곳에서 일정을 치르거나 학교가 지불하기 힘든 고액을 특강료로 요구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연임한 장 교장은 내년 9월에 교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특강이 학교의 전통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키로 했다. 장 교장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고교생들에게 노벨상 수상자 강연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특강을 들은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감명을 받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며 “우리 학교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순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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