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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점점 빨라지는 역사의 시계, 진실의 시간

조강수논설위원

조강수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와 검찰을 뿌리부터 뒤흔든 두 가지 사건이 1년 간격으로 발생했다. 출범 첫해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이듬해 세월호 참사 및 그에 대한 책임 규명 수사다. 두 사건은 집권 세력이 피하고 싶은 독배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 통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두 사건에 공히 특별수사팀이 투입돼 대대적 수사가 진행됐다. 아니나 다를까, 풍파가 몰아쳤다.
 
댓글 사건 수사의 총책임자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주홍글씨가 찍힌 채 쫓겨났다. 세월호 책임 수사는 착수 시기, 해경 수사의 지연 등으로 순탄치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사건의 직접 관련자들이 입을 열면서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간에 압박과 저항의 알력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권력과 검찰의 맨 얼굴도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에서 황교안 전 총리(당시 법무부 장관)가 ‘검찰에 부적절한 압력을 가한’ 당사자로 등장한다. 채 전 총장은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2명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황 전 장관이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처음엔 공선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으나 법무부가 반대해 영장 청구는 안 하되 공선법을 적용해 불구속기소 하는 쪽으로 절충했다고 밝혔다. “구속은 안 하더라도 흑을 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는 심경 고백과 함께다.
 
세월호 참사 책임 수사도 논란의 본질은 비슷하다. 특별수사팀은 2014년 7월 말 해경 123정 정장에게 항해 일지를 훼손한 혐의(공용문서 손상) 외에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대로 업과사를 빼고 청구한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2개월여간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은 “기소할 때라도 업과사를 적용해야 한다”며 당시 법무부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운 끝에 뜻을 관철시켰다. 이후 인사에서 수사 라인 검사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밀려났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컨트롤타워인 해경 잘못으로 가면 6~7월 선거에서 참패하리라고 우려한 게 아니라면 황 전 장관이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릴 일이 아니었다. 사랑의 매인지, 감정이 실린 매인지는 맞는 사람이 알지 않느냐”고 말한다.
 
진실은 재수사나 진상규명의 방식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중요한 건 두 사건에서 확인된 공직자의 자세다. 당 태종을 도와 ‘정관의 치’를 이룩한 재상 위징(魏徵)은 충신(忠臣)보다 양신(良臣)을 높이 쳤다. “충신은 간언을 많이 하나 결국 죽임을 당해 스스로의 이름만 남는다. 군주는 혼군(昏君)이 되고 나라는 망한다. 양신은 많은 간언을 하되 군주가 받아들이게끔 만들어 함께 영화를 누린다.”
 
댓글 사건 수사 도중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찍어내기 당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유진룡 전 장관은 옛날 기준으로 보면 ‘충신’에 가깝다. 군주시대엔 살아서 명예회복이 어려웠으나 요새 정권의 유효기간은 통상 5년이다. 역적에서 지조 있는 신하로 반전-복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년이면 된다. 채 전 총장의 말마따나 ‘진실이 드러나는, 역사의 시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대통령이 부덕하면 4년에도 끝난다. 세월호 수사 라인 검사들은 ‘양신’이라 할 만하다.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법무부를 설득해 소신을 관철했다는 측면에서다.
 
법무부와 대검의 기획부서 출신이 수사부서 요직을 돌려막기로 독점하는 작금의 인사 시스템은 양신이 아니라 간신을 양성하는 구조다. 검사의 야성을 사라지게 하고 인사권자나 윗사람의 지시에 충실할 수밖에 없게 한다. 제일 먼저 바꿔야 한다.
 
검찰뿐 아니라 어느 정책이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해 장관까지 올라가는 여러 단계에서 “이의를 제기합니다”고 간언할 줄 아는 양신들이 정부 부처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양신들의 말을 알아듣고 받아 주는 윗사람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것은 직언을 하고 받아 주는 문화가 공직 사회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10만 명의 ‘보통 양신’ 육성 프로젝트에 나설 때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102만여 명이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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