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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다음

다음
-천양희(1942~)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다음 계절
당신의 대표작은요? 다음 작품
누가 누구에게 던진 질문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봉인된 책처럼 입이 다물어졌다
나는 왜 다음 생각을 못했을까
이다음에 누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인인 것이 무거워서
종종 다음 역을 지나친다  
 
 
‘다음’이라는 말, 좀 무지개 빛이다.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이렇게 반성문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은 일정 부분 더 이상 ‘다음’이 없을 때까지 ‘다음’을 꿈꾸는 것을 숙명으로 삼는다. ‘다음’이 있다는 것과 ‘다음’이 없다는 것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 비록 오늘 다 탕진했어도 ‘다음’이 있지 않느냐고 내일의 해가 찬란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미국 입국장에 줄을 서 있을 때 ‘넥스트!’ 라고 기세 좋게 부르는 말을 들으면 어딘지 움츠러드는 그런 차가운 경험. ‘다음 세계’가 있다면 ‘다음 세계’의 입국장에선 좀 자애롭고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오기를 희망한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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