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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안경환보다 조국이 문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안경환 파문은 본인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청와대로선 그렇지 않다. 안경환 사태 이전과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청와대의 실력과 진실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렇지만 집권 세력은 안경환 파문을 고맙게 여기는 게 좋겠다. 작은 고장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안경환 파문에서 청와대는 첫째로 불리한 정보는 외면하고(정보 실패), 둘째로 희망적 판단에 의존하며(집단 사고), 셋째로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책임 회피)라는 약점을 노출했다. 이것들이 커지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안경환의 치명성은 20대 때 혼인무효 소송에 있었다. 안씨의 서울대 법대 1966년 입학 동기생들에 따르면 그는 여인과 헤어지면서 그녀의 장래를 위해 혼인의 흔적을 지워주기로 결심한다. 문학적으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사랑과 참회로 이해해 줄 수 있다. 문제는 실정법상 발각되면 엄중한, 이혼 세탁이 의심되는 혼인무효 소송에 참여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법을 우습게 본 행위다.
 
정치적으로 2000여 명의 검사 조직을 개혁해 법치 정부의 엄정함을 보여주고 나라다운 나라의 뼈대를 세워야 할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감으론 용납하기 어려운 이력이다. 당사자는 그의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학자가 정치에 나서면 성공은 없고 종말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딴소리를 하는 게 보통 인간의 모습이다.
 
이럴 때 전후 속사정을 살피고 따져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라고 정리해 주는 게 청와대 참모진, 그중에서 민정수석의 일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안경환 문제에 대해 그런 냉정한 판단을 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 정보를 제대로 보고해 판단을 구했는지 의문이다. 조 수석은 오히려 혼인 소송 스토리를 70년대 가부장 문화에서 이혼녀를 보호하기 위한 기사도적 행동이라고 호의적으로 이해해 준 건 아닌지 궁금하다.
 
안경환이 밝힌 대로 이 문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그가 국가인권위원장이 될 때 논의됐던 사안이다. 게다가 조국은 안경환과 2002년부터 같은 대학의 동료 교수로 근무해 온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국회에 공식으로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도 안경환이 20대 때 아내와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나온다. 조국이 안경환의 혼인무효 스토리를 사전에 알았으리라는 추론은 이래서 합리적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어젯밤 참고자료라는 걸 내서 “조 수석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안 전 후보자가 이혼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군색해 보인다. 알았다면 사안의 중요성을 경시했던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했다는 자백일 뿐이다. 어떤 경우든 정보 평가나 파악에서 실패한 셈이다.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 때 문재인 당시 변호인단 대표를 안경환이 도왔던 일 등 둘 사이의 오래고 깊은 인연을 중히 여겨 조 수석이 안 후보자에 대해 감히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보개혁적이기만 하면 된다’는 끼리끼리 통하는 집단 사고에 빠져 거기서 살짝만 빠져나와도 쉽게 예견되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점검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청와대가 안경환을 방어할 수 없게 되자 “결정적 하자가 나오면 지명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아닐까. 정보와 판단, 책임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지 않으면 조국 수석은 앞으로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논어에 “유덕자 필유언, 유언자 불필유덕(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德)”이란 말이 나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말을 하지만 바른 말을 한다고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국 수석은 청와대에 가기 전에 바른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선 바른 말만으로 부족하다. 반드시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언행일치가 있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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