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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케인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 정부가 신속한 확답 안 줘

미국의 ‘한국 불신’이 백악관뿐 아니라 미 의회로도 번지는 건 지난달 말 존 매케인(80) 상원 군사위원장의 방한 취소가 주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매케인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 외교의 ‘큰손’이다. 매년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호주→베트남→싱가포르 일정을 짜던 매케인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은 5월 중순께.
 
청와대와 외교부 등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매케인 측은 “샹그릴라 대화 일정 등을 고려해 역산한 결과 27(토)~28일(일)에 방한하려 하는데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매케인이 희망해 온 날짜가 우리에게 불편한 날짜(주말)라 조정해 보려다 며칠이 지나 그냥 당초 매케인이 요청했던 28일 오찬을 문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다고 답을 줬다”며 “그러자 매케인 위원장이 ‘다른 일이 생겨 방한 일정을 며칠 뒤로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다시 알려 왔고, 청와대가 이를 검토하던 중에 매케인 위원장이 한국에 오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선 ‘한국, 의도적 면담 회피’ 의구심
 
 

 

일정이 한번 틀어지자 정부 차원에서 매케인 위원장의 문 대통령 예방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매케인 위원장이 일정 변경을 원한 뒤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대통령 일정을 짜는 부속실도 ‘다른 급한 현안도 많은데 꼭 대통령이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안다. 당시에 방한하는 미 의회 인사가 많아서 외교부도 이들을 모두 만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우리 측에서 만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만나겠다’고 한 뒤 일정을 조정하는 게 옳은 절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케인 정도의 인사는 일부러라도 만나도록 조정했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홀대받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정부 초기 셋업이 안 된 상태에서 우선순위 및 가치 판단에서 미흡함을 드러낸 셈이다. 외교가에선 “매케인의 면담 요청을 알고 있던 정의용 안보실장이 면담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축소해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조야에선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 중국의 대한국 보복 조치를 강하게 비판해 온 매케인과의 면담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분석이 대세다. 중국을 의식했다는 거다. 매케인 위원장 측은 자세한 경위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문제는 매케인뿐 아니라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5월 28~29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5월 28~30일) 등 최근 잇따라 방한한 미 중진 의원들도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는 벌써부터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미 의원들을 가급적 따로 만나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이 여러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난 딕 더빈 민주당 원내총무의 경우도 당초 30일 면담 요청을 하루 뒤로 미뤘다. 면담 시간도 40분만 할애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더빈과의 면담 전인 29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1시간 동안 만났다. 메가와티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인연이 있다. 더빈은 최근 워싱턴에서 “청와대를 나오면서 주한미군의 안전이 걱정돼 상당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는 등 청와대 면담과 관련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방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일본을 찾은 손베리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민주당 하원 군사위 소속 8명과 총리관저에서 25분 동안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미 의회 중심 인사들이 한국 지도자는 만나지 못한 채 일본 지도자와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를 논하는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워싱턴의 일본 소식통은 “아베는 기본적으로 동맹인 미국의 의회 중진들은 모두 만난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차원뿐 아니라 트럼프가 탄핵을 당할 경우에 대비해 미 의회와 보다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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