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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처럼, 늑장대응 메이 실패 상징 될 것” … 여당서도 퇴진 압력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수가 최소 5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번 사고에 미흡하게 대처한 테리사 메이(사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거론되는 등 퇴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00여 명의 시위대는 총리 관저 인근을 행진하며 메이 총리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시위대는 “정의가 없이는 평화도 없다” “메이 총리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참가자들은 메이 총리의 사고 대응 방식에 분노를 드러냈다. 아나스테이지어 타소(23)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대응은 피해자들에게 모욕적”이라며 “메이 총리는 도마뱀 같은 냉혈한이다. 인간성이 결여됐고 공감 능력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 총리는 14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첫 입장을 내놓아 ‘늑장 대응’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15일엔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도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정치적 라이벌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같은 날 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을 만나고 이번 사고로 실종된 12세 여아의 모친을 위로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메이를 향한 원성은 한층 거세졌다.
 
메이 총리는 이튿날 뒤늦게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과 화재 현장 인근 교회를 찾아가 피해 주민들을 만났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메이가 교회에서 피해자들과 면담하는 사이 교회 밖에 모여든 시민들은 메이 총리에게 “살인자” “겁쟁이”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메이 총리는 이날 저녁 BBC와의 인터뷰에선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동문서답해 소셜미디어에서 “메이봇(메이+로봇)이 또 고장 났다”는 조롱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메이 총리는 17일 총리 집무실에서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 자원봉사자들과 2시간 30분동안 면담했다. 이후 그는 성명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500만 파운드(약 75억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3주 내에 모든 피해자들에게 새 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는 보수당 내부로까지 파고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십여 명의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1990년 마가렛 대처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진 인두세 논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국민의 분노가 크다”고 평했다. 당시 대처 총리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인두세 도입을 결정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폭동이 잇따른 끝에 사임했다. 마이클 포틸로 전 보수당 부대표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오는 10월 전당대회까지 총리직을 유지한다면 놀라운 일”이라며 메이 총리의 조기 퇴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번 화재가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고처럼 영국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의 늑장 대응은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한국에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부패 척결에 실패한 정부의 상징이 됐다. 그렌펠 타워도 세월호처럼 상징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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