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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가 불길 속 있다면 … 불법체류 걸릴까봐 구조 망설이겠나”

불 속에 뛰어들어 90세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인 불법체류자 니말 시리 반다라(38)는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 의해 의상자(義傷者)로 선정했다. 불법체류자 의인 1호다. 그는 의인이 됐지만 의로운 행동 때문에 대가를 지불하게 됐다. 구조 중에 폐가 많이 손상됐다. 불법체류 사실이 발각돼 불법체류 벌금(400만~500만원), 의료비 환수금(800만원) 등을 내야 한다. <중앙일보 6월 13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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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말이 16일 대구에 있는 스리랑카사원에서 조씨 할머니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니말이 16일 대구에 있는 스리랑카사원에서 조씨 할머니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6일 오후 대구시 스리랑카 사원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어가 서툴러 스리랑카 유학생 로샨(22)이 통역했다.
 
의상자가 된 소감은.
“너무 많이 기분이 좋다. 한국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구조 당시 상황은.
“올 2월 10일 경북 군위군의 농장에서 오전 일을 마치고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랫마을 조씨(90) 할머니집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 조씨 할머니의 며느리(불난 집 주인)가 마침 회관에 같이 있었다. 집주인과 함께 1㎞ 거리를 뛰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불길이 집 전체로 번져 있어 뒷마당으로 돌아가 뒷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할머니를 어떻게 구했나.
“안으로 들어가니 연기가 자욱했다. 기침소리가 나서 방문을 여니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다. 할머니를 업고 나오는데 그새 불길이 더 거세져 방향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우왕좌왕하다 겨우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를 인계하고 바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무섭지 않았나.
“물론 당연히 겁이 났다. 하지만 스리랑카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 순간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불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발각될 줄 몰랐나.
“어머니가 불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불법·합법을 따지겠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니를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 한국 어머니, 모두 같은 엄마다.”
니말이 받은 의상자 증서.

니말이 받은 의상자 증서.

 
니말은 머리·얼굴·손·손목·목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한 달 입원치료를 받았다. 유독가스를 흡입하면서 기도를 다치고 폐가 손상됐다. 대구 푸른병원 의사는 16일 진단서에 “만성화 경향을 보이며 상당 기간 치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스리랑카에 아버지(70)·어머니(62)·아내(32)·딸(11)·아들(6)이 있다. 아버지는 폐질환이 심하다. 어머니는 석 달 전 간암수술을 했다. 너무 가난하고 거기 수입으로는 도저히 부모님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2013년 9월 일반기술비자(E-9)로 한국에 와서 인천·대구의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된 뒤 군위군 농장에서 일했다. 번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냈다.”
 
불법체류를 택한 이유는.
“귀국하면 부모님 병 치료비를 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돈을 더 벌어 돌아가려고 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
“우선 폐질환을 완치해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그때까지 나의 병원비, 고향의 어머니 치료비가 걱정이다.”
 
니말의 예에서 보듯 불법체류자(21만 명)는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는 여행객이 다쳐도 무료로 의료 혜택을 주는 나라가 있다. 니말의 비자를 연장해 주고 불법체류 기간을 면제해 주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00만원을 안 내도 되고 400만~500만원으로 예상되는 불법체류 벌금도 면제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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