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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드 반입 몰랐다’ 주장, 거짓말 의심하는 백악관

지난 8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드 한반도 배치 지연’을 보고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심한 욕설도 많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7일(한국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만큼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이어 8일 오전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의 일이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당일 조찬을 함께하며 ‘사드 플랜 B’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플랜 B’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급거 워싱턴을 찾아 “한국의 국내적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반영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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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트럼프의 입에선 ‘차라리 (사드를) 빼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격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전해졌다고 한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정의용 실장이 당시 서울 브리핑에서 예정에 없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고 재확인(reassurance)하게 된 것은 이런 워싱턴 소식이 들어온 뒤 상황이 긴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안정의 핵심 축이란 의미의 ‘린치핀(linchpin)’으로 불리던 한·미 동맹의 굳건한 상호 신뢰에 대한 균열이 워싱턴의 중추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적 영향은 급속하게 파급되고 있다. 최근 만난 미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는 평소의 환한 웃음이 전혀 없었다. 북한 문제 전망을 묻자 “지금 문제는 노스(North·북한)가 아니다. 바로 사우스(South·한국)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도 가급적 짧게 하는 게 상책”이라고까지 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워싱턴 조야에서 감지되는 한국에 대한 불신감은 서울의 막연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16일 한·미 관계 심포지엄에서 한국 국회의원과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등 미국 내 싱크탱크의 동북아 전문가 간에 사드 문제 등을 놓고 감정적 설전이 오간 것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워싱턴의 한 일본 특파원은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나 국방부 관료들을 만나면 ‘한국이 도대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만 듣는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미국의 불신이 정책 불일치에서 비롯된 게 아니란 점이다. 한 소식통은 16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관계자로부터 들은 ‘한국 거짓말론’을 전했다.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들어온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몰랐고, 문 대통령은 이에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은 확실한 거짓말(lie)로 NSC는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웜비어 등 공통의 대화 주제 준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해찬 특사를 통해 ‘사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즉각 중단’을 강력 요청하자 그에 호응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미국에는 ‘국내적 사정’을 핑계 삼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선 특정 개별 정책보다는 두 지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두 지도자 간에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화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문 대통령은 북한에 18개월간 억류됐다 최근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안타까움을 트럼프에게 전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깊어진 양국 간 불신과 갈등이 쉽게 복원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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