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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놓쳐도 손 잡아줄 튼튼한 사회 안전망 필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지난 8일 경남 양산의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추락사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 아파트 주민 한 사람이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이 두려움을 떨치려고 튼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에서 칼로 밧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밧줄에 힘겹게 매달려 있던 사람은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 밧줄은 한 가족, 7명의 생명줄이었다. 가장이 밧줄에 매달려 외벽 작업 일을 하는 것을 염려해 온 가족들에게 그 죽음은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장례식에서 아이들이 아빠에게 쓴 편지와 선물을 보노라면 마음이 저려 온다.
 
빌딩이나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있는 작업자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찔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밧줄에 매달려 아슬아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압축성장과 더불어 지나친 경쟁 일변도 속에서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은 처절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우울과 절망뿐이다. 30대 취업준비생이 자취방에서 숨진 뒤 닷새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어렵게 취업하게 되면 또 어떤가. 기업은 성과만을 내세우면서 직원들을 숨 쉴 곳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직장에서 받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멕시코에 버금가는 노동시간과 최하위권 임금 국가다. 그야말로 살인 업무에 시달리는 야근 좀비 국가다. 우리 사회 어느 영역에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경남 양산시 웅산문화센터에 마련된 모금함에 시민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경남 양산시 웅산문화센터에 마련된 모금함에 시민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업무만으로도 이미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건만, 내 밧줄을 쥐고 흔드는 이들의 존재는 더욱 고통을 가중시킨다. 안간힘을 다해 밧줄에 매달려 보지만 위에서 밧줄을 흔들 때면 속절없이 흔들릴 뿐이다. 높은 저 위에서 누군가 예고도 없이 밧줄을 잘라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느낀다. 때로는 밧줄을 붙들고 있는 손을 나도 모르게 놓아버릴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밧줄을 쥐고 살아가는 것 같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때에는 놓아버리고 싶고 도망가 버리고 싶다. 그러나 밧줄에 함께 매달려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힘들지만 오늘도 밧줄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며 마음까지 함께 다잡게 된다.
 
양산 고층아파트 사건은 저마다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가슴 아프다. 아침마다 각자의 직장에서 자신의 밧줄을 저 아래까지 내려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밧줄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누구에게나 크지만 양산 가족이 느꼈을 절망감을 짐작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렇기에 끊어져 버린 밧줄은 아프고 또 안타깝다. 끊어져 버린 양산 가족의 밧줄을 조금이라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찔한 외벽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음악을 틀어도 이해하는 이웃이 되면 좋겠다. 밧줄이 끊기더라도, 밧줄을 놓치더라도 다시 손을 잡아주고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더 이상 끊어지는 밧줄의 아픔이 없도록 밧줄 아래 튼튼한 안전망이 쳐지는 그런 사회를 기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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